오전 8시, 가려지는 도시 — 한인타운 윌셔의 민낯
【LA=라디오서울 메트로】 토요일 아침, 한인타운 윌셔.
CVS 건물 입구는 형형색색의 스프레이 낙서로 뒤덮여 있다. 그 앞 보도에는 홈리스 세 명이 약에 취한 채 뒹굴고, 길 건너 공원에서는 마약에 취한 한 젊은이가 구토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고함을 지르는 흑인 남성, 그리고 이 모든 풍경을 무심히 지나쳐 일터로 향하는 히스패닉 노동자들. 한쪽에서는 젊은 사진작가가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이것이 2026년 LA의 일상이다.
오전 8시가 되면 도시는 분주해진다. 청소차가 들어오고, 시 용역 직원들이 페인트 통을 들고 낙서를 덮는다. 쓰레기를 치우고, 보도를 물청소한다. 그러나 보도블록 사이에 스며든 오물 냄새까지는 지우지 못한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이 의식(儀式)은 도시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가리지 않으면 안 되는 도시, 그것이 오늘의 LA다.
지난 30년간 LA는 하나의 거대한 정치 실험장이었다. 관용(tolerance)이라는 이름의 방치, 인권(human rights)이라는 이름의 무규율, 진보(progressive)라는 이름의 책임 회피. 그 청구서가 지금 거리에 뒹굴고 있다.
길은 망가졌고, 도시는 오물과 낙서, 그리고 낙오된 인간들이 뒹구는 공간이 되었다. 시민들은 자신의 동네에서 매일 아침 이 풍경과 마주한다.
이런 현실에도 LA 시 정치인들은 수십만 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수억 달러짜리 시청사에서 ‘정치 놀이’를 계속하고 있다. 자신들의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 정치, 다음 선거를 위한 포지셔닝, 진영 논리에 기반한 의제 설정. 거리의 냄새는 그들의 회의실까지 닿지 않는다.
LA는 결국 더 망가질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일지도 모른다. 바닥을 쳐야 다시 올라설 수 있고, 무너진 자리에서만 새로운 질서가 세워진다.
오전 8시, 또다시 청소차가 윌셔를 지나갈것이다. 낙서는 페인트로 덮이고, 쓰레기는 트럭에 실린다. 그러나 이 도시가 진짜 마주해야 할 것은 — 보도 위의 오물이 아니라, 30년간 외면해 온 현실 그 자체다.
라디오서울 AM1650 메트로데스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