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타운 그래피티 타워 2년째 방치, 한인타운 상가도 갱 태깅 몸살
311 신고 168만 건 누적, 시정부는 ‘인조 담쟁이’와 ‘오륜기 가림막’ 궁리
【로스앤젤레스=라디오서울】 2026 FIFA 월드컵 개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로스앤젤레스가 도시 전체를 뒤덮은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다운타운 한복판의 사유 건물부터 한인타운 인근 상가, 주거지 담벼락까지 갱단의 영역 표시가 노골적으로 새겨지고 있지만, 카렌 배스 시장과 시정부의 대응은 자원봉사 캠페인과 가림막 설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 달 3만 건… 신고는 쏟아지는데 처리는 ‘깜깜’
LA시 311 공공서비스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2026년 4월까지 접수된 그래피티 관련 신고는 168만 3,793건에 달한다 (311info).
월평균 2만 5,000~3만 건 수준이며, 2025년 1월 한 달에만 3만 561건이 접수돼 전년도 어느 달보다 많았다 (Crosstown).
문제는 처리 속도다. 에코파크, 하이랜드파크, 링컨하이츠, 패서디나 인근 주민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갱 그래피티가 눈에 띄게 늘었는데 311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주민은 “신고를 해도 처리가 안 되고, 후속 문의를 하면 ‘이미 해결됐다’고 우긴다”고 토로했다.
행정 공백은 그래피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LA 가로등국은 2025년 예산이 5% 삭감된 뒤 3만 2,000건의 미처리 수리 요청이 쌓였고, 가로등 한 개를 고치는 데 평균 1년이 걸리는 상황이다 (LAist).
단순 낙서 아닌 ‘갱 영역 선포’
기자가 직접 확인한 한인타운 인근 상가 외벽에는 “West Side Pasadena”, “MVB Rams”, “Lil Blood”, “MB Clean / Hot Boy Path” 같은 문구가 녹색·검정 스프레이로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갱단이 영역을 선포하는 표식이다. 경찰 전문지들은 이런 태깅을 “벽에 새긴 비밀 메시지”이자 치안 위기의 조기 신호로 본다 (Police Magazine, Police1).
그러나 LA 시정부는 이를 도시 미관 문제로 축소해 다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운타운 ‘그래피티 타워’ 2년째 그대로
상징적인 장면은 다운타운 크립토닷컴 아레나 건너편의 ‘그래피티 타워'(옛 Oceanwide Plaza) 다.
12억 달러를 들여 짓다 2019년 중국계 개발사가 자금난으로 공사를 중단한 3개동 고층 빌딩은, 2024년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꼭대기까지 태깅하며 그래미 시상식 중계에 그대로 노출됐다.
2년이 지난 지금도 타워는 그 모습 그대로다. LA시는 2024년 초 약 400만 달러를 펜스 보강용으로 책정했지만, 2025년 초 “사유지 청소에 세금을 쓸 수 없다”며 사실상 손을 뗐다 (Hollywood Reporter).
배스 시장은 지난 2월 KNX 뉴스 인터뷰에서 매수 희망자와 만났다고 밝히면서 “그래피티를 지우기보다 올림픽 오륜기나 천사 그림으로 멋지게 덮는 방안을 우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Audacy/KNX).
101 프리웨이엔 ‘인조 담쟁이덩굴’
캘리포니아 교통국(Caltrans)도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운타운 메인스트리트·로스앤젤레스스트리트 출구 인근 101번 프리웨이 옹벽에는 1피트(약 30cm) 크기 인조 담쟁이덩굴 조각을 붙여 낙서를 가리는 시범사업이 1월부터 시작됐다.
1984년 LA올림픽 당시 의뢰된 벽화가 법적으로 보호돼 덧칠이 불가능하자 짜낸 ‘꼼수’다.
하지만 설치 직후부터 인조 덩굴 위에 또 다시 태깅이 올라오고 있다 (FOX 11 Los Angeles).
시장의 답은 ‘자원봉사’
배스 시장의 대표 대응책은 2025년 4월 출범한 ‘샤인 LA(Shine LA)’ 자원봉사 캠페인이다. 매월 넷째 토요일 주민들이 모여 청소·조경·낙서 제거를 한다.
시장실은 1주년을 맞은 4월 25일 “수천 명의 LA 주민이 30개 이상 동네에서 함께했다”고 홍보했다 (LA시장실, Shine LA).
월드컵을 앞두고는 팬존과 관람 동선 주변에 집중하는 ‘클린 코리도(Clean Corridors)’ 도 추가했다 (Our Weekly).
행정의 책임을 시민 자원봉사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168만 건의 신고가 쌓인 도시를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자원봉사로 청소하겠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홈리스 정책도 ‘의문부호’
월드컵·올림픽을 앞둔 또 다른 과제인 노숙자 문제 역시 진척이 더디다. 배스 시장의 핵심 사업인 ‘인사이드 세이프(Inside Safe)’ 노숙자 거주지 해소 프로그램은 3억 2,000만 달러 이상이 투입됐지만, 영구 주택을 확보한 사람은 약 1,200명, 전체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뉴욕포스트).
배스 시장은 4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월드컵과 올림픽 전에 시유지를 활용해 타이니홈을 더 빨리 짓겠다”고 밝혔지만, 인도를 뒤덮은 텐트와 천막을 단기간에 치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Bloomberg).
“월드컵, 말이 되는 소리인가”
LA는 오는 6월 월드컵 8경기, 2028년 하계 올림픽까지 치러야 한다. 전 세계 수십억 시청자의 카메라가 LA 거리로 향하는 시점이다.
지역 매체와 보수 성향 매체들은 “다운타운 낙서, 약탈로 불에 탄 상점, 부서진 차량의 잔해가 LA의 대표 이미지가 될 것”이라며 시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Washington Examiner).
문제는 시정부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168만 건의 신고가 처리되지 않는 도시, 갱 태깅이 한인타운 상가까지 번진 도시, 사유지라는 이유로 다운타운 한복판 흉물을 2년째 방치하는 도시.
그 위에서 인조 담쟁이덩굴과 오륜기 가림막, 그리고 자원봉사 호소가 시정부의 답이라면 — 월드컵과 올림픽이라는 단어는 LA 시민들에게 자랑이 아니라 부담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