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만은 축포, 중국은 ‘살려달라’ 아우성…같은 AI랠리에 엇갈린 증시 이유

뉴욕증시 - 로이터연합뉴스

필리델피아 반도체지수 신고가 고공행진
칩 제조사 상승에 올해 50% 이상 껑충
기술 핵심 공급망 대만 등도 훈풍 불어
중국판 나스닥은 올해 10%대 하락세
“알리바바, 바이두 등 기존 사업 비중 높아”
AI 공급망 쑤저우는 ‘19조 클럽’ 등장으로 예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도로 주요국 기술주 지수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관련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잇따르며 시장 전반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중국판 빅테크’로 통하는 기업들은 좀처럼 반등 기미를 찾지 못하며 현지 투자자들의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다만 중국 내에서도 AI 인프라 공급망을 틀어쥔 지역 클러스터는 조용히 존재감을 키우며 예외적인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25년 만에 최대 랠리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5일(현지 시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전 거래일보다 7.73% 급등한 1만 980.58로 장을 마감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설계·제조·판매 분야 상위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이 지수는 인텔(12.92%)·퀄컴(10.79%)·마이크론(11.06%) 등 주요 칩 제조사들이 일제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OX는 3월 말 이후에만 54% 폭등했다”며 “닷컴 붐이 절정이던 2000년 3월 이후 25거래일 기준 가장 강력한 성적”이라고 짚었다.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의 대규모 자본지출(CAPEX) 집행이 이어지며 데이터센터 AI 연산 수요가 빠르게 불어나고, 이것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상장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성장의 약 40%가 AI 관련 투자에서 비롯됐다고 추산했다.

AMD 깜짝 실적…올해 주가 66% 상승

이날 실적 시즌의 또 다른 주역으로 떠오른 건 AMD였다. AMD는 올해 1분기 매출 10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주당순이익(EPS)도 1.37달러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1.28달러)를 상회했다. 정규장에서 4.02% 오른 AMD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거래에서 16% 넘게 추가 급등했다. CNBC는 “AMD 주가는 올해 들어 66% 뛰었다”며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 팽창에 대한 기대가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3% 오른 2만 5326.13으로 또 한 차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나스닥은 올해 들어서만 아홉 번 신고가를 새로 썼다.

한국·대만 증시도 훨훨…반도체 공급망 수혜 집중

AI발 기술주 랠리는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퍼지는 모양새다. 특히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거점인 한국과 대만 증시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만 자취언지수는 6일 4만 1000선을 돌파하며 연초 이후 41.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수 비중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TSMC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미디어텍 등이 연이어 강세를 보인 결과다.

한국 코스피도 이날 6% 넘게 급등해 ‘꿈의 7천피’ 시대를 활짝 열었다. 외국인의 매기가 대거 반도체주로 쏠린 가운데 코스피 거래대금은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447.57포인트(6.45%) 오른 7,384.56에 장을 마쳤다. 이로써 지난 2월 25일 역대 처음 6000선을 뚫은 지 2개월여 만에 사상 처음 7000선 고지를 밟았다. 거래일 기준으로는 47거래일만이다.

중국 기술주만 역주행…투자자 분통

반면 중국 기술주 시장은 전혀 다른 흐름을 연출하고 있다.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등 주요 빅테크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중국의 나스닥’으로 불리는 홍콩 항셍테크지수는 연초 대비 10.6% 하락했다. AI 사업을 병행하고는 있지만 전자상거래·게임·광고 등 기존 사업 의존도가 높은 탓에 AI 성장성이 실적과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홍콩 시장 상장 이후 400% 이상 급등한 즈푸AI·미니맥스 등 신흥 AI 기업들이 아직 지수에 편입되지 않은 점도 지수 부진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로봇·AI 기업이 대거 포진한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과학창업판·스타마켓) 50 지수는 최근 반등 흐름을 되찾고 있으나 연초 이후 상승률은 약 16%에 그쳐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에버브라이트 증권의 케니 응 라이인 전략가는 “미국 기술 지수들은 AI 관련 종목 비중이 높은 반면 텐센트·알리바바 같은 기업들은 이커머스와 금융 서비스에서 수익을 올리는 구조여서 폭발적인 주가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당국의 소셜미디어에는 항셍테크지수를 살려달라는 댓글이 달리며 수천 건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쑤저우, 조용한 예외…AI 공급망 클러스터로 급부상

중국 빅테크 증시가 부진을 거듭하고는 있지만 항저우 인근에 위치한 장쑤성 쑤저우는 뚜렷이 다른 풍경이다.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확대의 수혜가 이 지역 상장사들로 집중되면서 시가총액 1000억 위안(약 19조원)을 넘는 이른바 ‘1000억위안 클럽’ 기업이 1년 새 6곳으로 늘었다. 광모듈·인쇄회로기판(PCB)·광칩 등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이 쑤저우에 밀집해 있어, 글로벌 빅테크들의 설비 투자가 늘어날수록 이 지역 기업들이 수혜를 누리는 구조다.

선두 기업인 이노라이트 테크놀로지는 차세대 고속 광통신 규격인 800G 광모듈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순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2배 증가하며 AI 인프라 투자 붐의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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