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누군데예” 전재수 후배에 반응한 부산 북갑, 보수는 ‘뭉쳐야 산다’ [선거현장 르포]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 하정우 전 청와대 AI 미래기획수석비서관이 4일 부산 북구 구포동 일대를 돌며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3파전’ 북갑 민심은 아직 백중세
하정우 묻자 “하정우가 누군데예?”
“박민식, 지역구 버리고 서울 가”
“한동훈, 보수 진영 분열에 책임”

“하정우? 하정우가 누군데예?”

비가 추적추적 내린 3일, 부산 구포시장 입구 공영주차장에서 만난 60대 남성에게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에 대해 묻자 되돌아온 답이다. 6·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인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고등학교 후배라는 설명을 듣고 나서야 그는 들어본 적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전재수 후배라면 기대해볼 만하지 않겠냐”고 했다.

3, 4일 부산 북갑 지역에서 만난 유권자 상당수는 ‘하정우’라는 이름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난달 29일 입당식을 치르자마자 구포시장으로 달려와 사실상 선거전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여의도에서의 인지도에는 미치지 못하는 듯했다. ‘하정우’라는 이름보다 이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한 전재수 후배라는 수식에 호응하는 이가 더 많았다.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무소속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인지도 면에서 하 후보를 앞섰지만, 두 사람을 향한 보수 표심은 아직 냉랭했다. 박 후보는 여러 차례 지역구를 옮긴 전력 때문에, 한 후보는 보수 분열 책임이 없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박 후보가 돼야 한다는 사람도, 한 후보를 뽑겠다는 사람도 “단일화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박·한 후보 3인이 맞붙는 북갑은 6·3 재·보궐선거 최대 승부처 중 하나다. 북갑은 다른 부산 지역구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하지만, 민주당 소속인 전재수 후보가 내리 세 번 당선되며 민주당으로서도 해볼 만한 지역으로 꼽힌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유일하게 승리한 부산 지역구인 만큼, 하 후보를 앞세워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각오다. 반면 보수 진영의 두 후보는 전 후보가 떠난 틈을 타 북갑 탈환을 벼르고 있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바라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과 무속소 출마를 공식화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월 26일 부산 구포초에서 열린 동문회 운동회에서 주민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바라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과 무속소 출마를 공식화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월 26일 부산 구포초에서 열린 동문회 운동회에서 주민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하정우 인지도, ‘여당 프리미엄’이 상쇄할까

세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최근의 여론조사처럼, 이틀간 살펴본 북갑 유권자 표심은 아직 어느 후보에게도 기울지 않은 듯했다.

하 후보가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인공지능(AI) 전문가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유권자는 손에 꼽혔지만, 전재수 후보의 ‘보증’을 믿고 뽑겠다는 이가 적지 않았다. 구포시장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정상모(47)씨는 “시장 입구 금빛노을브릿지를 만든 것도, 주차장 증설도 전재수가 해줬다”며 “그런 전재수가 시장이 되고 전재수가 추천한 국회의원이 손발을 맞춘다면 이재명 정부하에서 더 많이 발전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지역이 크게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하고, HMM 본사 또한 부산 이전이 결정된 영향이다. 과거 보수 후보에 표를 줬다던 박민성(43)씨는 “협력업체부터 여러 일자리가 생기지 않겠나”라며 이번엔 민주당 후보에게 ‘표 줄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저처럼 고향에 남아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 여당이 그 답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 전까지 서울에 살다 부산에 정착했다는 황대일(56)씨도 “당장 천지개벽 정도의 변화는 쉽지 않겠지만 하 후보가 가진 새로운 시각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 하정우 후보에 기대가 크다는 시장 상인 황대일(56)씨는 "10년 전 구포에 처음 왔을 때, 장날이면 사람이 바글바글해 머리만 떠 다녔다. 지금은 많이 비어 있지 않나. 길 건너 젊음의거리

3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 하정우 후보에 기대가 크다는 시장 상인 황대일(56)씨는 “10년 전 구포에 처음 왔을 때, 장날이면 사람이 바글바글해 머리만 떠 다녔다. 지금은 많이 비어 있지 않나. 길 건너 젊음의거리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야당이 맹공을 폈던 하 후보의 ‘손 털기’ 논란은 정작 구포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해프닝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참기름을 파는 김동임(75)씨는 “이제 (한 손으로 하면 아파서) 두 손으로 악수하고 다닌다 하더라”며 “별것 아닌데 괜히 논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치적 파장이 컸던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특별검사법’ 문제도 당장은 지역 민심에 미치는 여파가 크지 않아 보였다. 구포동의 한 공원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특검법은) 높으신 분들 이야기”라며 “(지역에)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따지지 않겠나”라고 했다.

다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른바 ‘오빠’ 논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덕천동 젊음의거리에서 만난 한 30대 초반 여성은 “하 후보가 해 준 것이 뭐가 있는지, 할 줄 아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오빠’ 소리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공약과 정책으로 다퉈야 할 판에 먼저 구설에 휘말렸다는 지적이다.

6·3 보궐선거 부산 북구 갑 선거구에 국민의힘 공천이 확정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보궐선거 부산 북구 갑 선거구에 국민의힘 공천이 확정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소속 한동훈’에 기대감도… “이순신 떠올라’

한 후보는 소속 정당 없이 뛰고 있음에도 다른 두 후보 못지않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민주당과 싸울 수 있는 보수 정치인이자, 부산 출마라는 배수진을 친 그의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반응이었다.

구포시장에서 만난 정창기(65)씨는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론스타와의 국제투자분쟁 취소 소송전을 고집해 승소한 것을 언급하며 “한동훈은 이순신 같은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구포동 한 공원에서 만난 80대 여성은 “말해 뭐 하냐. 우리는 ‘기호 3번’이다. 한동훈이다”라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도 한 후보를 뽑겠다는 이유 중 하나였다. 구포3동 한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친 70대 여성은 “보수 정당을 다시 세워야 하는데 장 대표로 되겠나”라며 “부산시장 선거는 포기해도, 한 후보를 찍기 위해 보선 투표는 어떻게든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가 북갑을 떠난 전력이 있다는 점도 보수 유권자들이 한 후보를 지지하는 요인이 됐다. 북구에서 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 후보는 이후 경기 성남 분당갑과 서울 강서을 선거에서 낙선한 뒤 북구로 돌아왔다. 덕천시장 인근 카페 사장인 한 40대 남성은 “전재수는 낙선했어도 뻔질나게 돌아다녔는데 박 후보는 낙선하고 지역을 떠나지 않았나”라며 “동네 어르신들이 실망한 지점”이라고 전했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후 부산 북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한 학생과 셀카를 찍고 있다. 부산=뉴스1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후 부산 북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한 학생과 셀카를 찍고 있다. 부산=뉴스1

“지역 발전 위해선 박민식으로 뭉쳐야”

지역 문제에 밝은 박 후보를 중심으로 보수 유권자들이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컸다. 구포동 선거관리위원회 인근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한동훈은 당을 나간 사람”이라며 “(보수가) 하나로 뭉쳐야 하는데 표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 후보가 당선되면 국민의힘 소속이 다수인 부산 지역 국회의원, 구청장이나 기초의원 등과 화합하기 어려워 지역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내비쳤다.

다만 자신을 보수 성향이라 밝힌 이들은 지지 후보와 관계없이 ‘후보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만덕동에서 40년을 거주했다는 박연수(65)씨는 “3자 구도로 가면 보수 후보가 절대 이기지 못한다”며 “두 사람도 단일화 필요성에 대해서 모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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