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바쁜 출근 시간. 남편이 부엌에 있는 아내에게 소리를 지릅니다.
“여보, 봉투 어딨어?” “화장대 서랍 안에 있잖아요!” “다 찾았는데 없어! 나 시간 없어!” “어제도 거기서 썼다니까요!” “없다니까! 빨리 와봐!”
아내가 방에 들어가 서랍을 열자마자 봉투를 집어 들고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말없이 남편을 바라봅니다. 남편은 머쓱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아… 그게 왜 아까는 안 보였지?”
아내가 방에 들어 온건 봉투를 찾기 위해 들어 온 것이 아니라 확인하기 위해 들어 온 셈입니다.
이 장면,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많은 부부가 겪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정말 남자들은 “못 찾는” 걸까요, 아니면 “안 찾는” 걸까요?
예전에는 이 질문의 답을 남녀 뇌의 시각 구조 차이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남자는 망원경처럼 좁고 깊게 보고, 여자는 넓게 본다는 식이었습니다.
또 여성은 X염색체가 두 개라서 색을 더 잘 구분한다고도 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배웠고 그래서 그렇게 강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이런 설명이 지나치게 단순화되었다고 말합니다.
최근 의학 연구들이 발표하는 핵심을 알아 보면 첫째, 남녀의 시야 구조 자체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합니다.
즉 남녀 모두 눈의 주변 시야를 활용할 수 있고, 실제 차이는 성별의 차이보다는 개인차가 더 크다는 것을 알아 냈습니다.
둘째,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건 개인의 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 냈습니다.
어떤 사람은 목표 지향적으로 시선을 좁혀 찾고, 어떤 사람은 주변 정보를 함께 살피는 방식으로, 물건을 찾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위의 예에서 남편은 “봉투”라는 특정 대상만 찾다가, 정작 눈앞에 봉투가 있어도 배경 속에 뭍혀, 놓쳐 버린 것입니다.
반면 아내는 전체 맥락을 보는 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셋째, 색 구분 능력은 남녀가 일부 차이가 있지만 ‘압도적’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 졌습니다.
여성이 평균적으로 색의 미묘한 차이를 더 잘 구분하는 경향은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물건을 찾는 문제를 설명할 정도로 큰 요인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넷째, 각자의 경험과 역할이 오히려 물건을 찾는 문제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누가 집안 물건을 자주 정리하고 기억하느냐에 따라 무엇인가를 ‘찾는 능력’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죠.
즉, 아내가 더 잘 찾는 이유는 단순히 생물학 때문이 아니라 익숙함과 기억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 봉투 어제 내가 저기에 넣었지” 로 기억하는 것이고 남편은 검색하듯 “봉투.. 봉투..봉투 .. 없네?” 로 결론을 내는 것이죠.
만약 집안일을 남편이 알아서 하는 가정이라면 아내보다 남편이 더 잘 찾아 낼 것입니다.
그래서 왜 집안 물건을 못찾는 것일까에 대한 질문의 해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부부 중 한명이 물건을 못 찾는 건 게을러서도 아니고, 배우자를 일부러 부려먹으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진심으로 못 찾는 것입니다. 따라서 “거기 있잖아!” 대신 “서랍 왼쪽 뒤쪽,파란 파일 옆에 있어”라고 자세하게 설명해서 말해주면 훨씬 문제가 빠르게 해결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찾고 있는 물건을 못 찾고 있는 사람은 “없어!”라고 서둘러 말하기 전에 시선을 조금 넓혀서 다시 한 번 천천히 살펴보면 되는 것입니다.
조금만 이해하면 바쁜 시간에 벌어지는 부부사이의 작은 신경전이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ssung0191@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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