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거울
김준철
잊혀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거울 앞에 선다
시간은 찢어진 거미줄,
거울너머 벽
한 구석에 너털스레 버티고 있다
햇빛의 반사로
정교히 잘려진 얼굴 사이로
파리떼처럼
사람들이 지나다 걸리곤 했다
바람의 혀가
벽이 틈을 핥고,
매달린 사람들의 얼굴이
먼지처럼 숨을 쉴 때,
거울 앞을
도망치려던 나는
거울 속 거미줄에 걸려
흩어지듯 지워지고 있었다
거울은 벽이 바라보는 얼굴이다
작은 메모: 젊은 시절의 화두 중 하나가 벽이었던 것처럼 그 못지않게 새벽까지 생각에
잠기게 했던 또 하나의 화두가 거울이었다. 같으면서 또 다른 내가 머무르는 곳. 그리고 그
거울이라는 세상이 바라보고 있을 벽이라는 나의 세상을 접목해 보려고 했다. 거울이 가진
절대 고요의 순간을 경험한다면 조금은 이 시가 더 와닿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준철 (treeandmoon2022@gmail.com)
현)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비영리문화예술재단『나무달』대표.
『시대문학』 시부문 신인상,『쿨투라』 미술평론 신인상 수상, 쿨투라 해외문화상
수상.
시집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바람은 새의 기억을 읽는다』『슬픔의 모서리는
뭉뚝하다』, 전자시집 『달고 쓰고 맵고 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