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연애를 시작하게 되면 서로의 감정적, 심리적 필요를 채워가기 위해 대화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결혼 후에도 서로의 배우자를 계속 알아가려는 노력을 멈추게 되면,관계 안에는 서운함과 깊은 분노가 쌓이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서운함은 사실 알고 보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 들이기보다,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부부관계를 분석한 뇌과학 연구들은 남성과 여성이 대화 과정에서 감정을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에 실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얼굴 표정과 감정 반응에서 차이가 자주 나타나게 되는데요, 예를 들어 여성들은 대화 중 상대방의 목소리 높낮이, 표정 변화, 몸짓 같은 비언어적 신호를 매우 민감하게 읽어냅니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대화하는 동안 상대의 감정 상태를 더 빠르게 파악하고, 자신의 반응 또한 얼굴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공감 능력과 정서적 신호 해석 능력이 상대적으로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많은 남성들은 대화 중 얼굴 표정 변화가 비교적 적게 나타납니다. 상대의 이야기가 슬프거나 화가 나는 내용이어도 표정 변화 없이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려서부터 감정을 과도하게 드러내지 않도록 사회화되어 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남성들은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통제하려는 경향을 보이며,자신의 내면 상태를 쉽게 드러내지 않으려 합니다.
문제는 이런 차이가 부부 대화 안에서 쉽게 오해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아내는 남편의 반응이 적으면 “내 말을 제대로 듣고 있는 걸까?”, “내 마음을 이해한 걸까?”라는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남편의 표정이 무표정에 가까울수록 아내는 점점 혼자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감정을 더 강하게 표현하거나 반복해서 확인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대화 중에 “내 얘기 듣고 있어요?”
“뭐가 미안한 건데요?”
“내가 왜 화났는지 알아요?”와 같은 질문이 반복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미 “남편이 나를 무시한다”는 감정이 쌓여 있는 상태라면, 아내는 더 강한 표현을 사용해야 자신의 마음이 전달된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때로는 “이혼” 같은 극단적인 단어까지 꺼내며 남편의 반응을 기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될수록 남편 역시 상처를 받게되고 방어심리를 느끼게 됩니다.
남편은 아내의 격한 표현 속에 담긴 외로움과 서운함을 읽기보다 공격받고 있다고 느끼게 되고, 결국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렇게 서로는 자신의 상처만 바라본 채 대화를 끝내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남성과 여성 중 누가 맞느냐가 아닙니다. 서로가 다르게 표현하고 반응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최근 관계 연구들은 행복한 부부일수록 상대방의 감정 표현 방식을 “틀린 것”으로 판단하지 않고, “다른 언어”처럼 배우려 한다고 설명합니다.
남편은 아내가 감정적 반응과 공감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하고, 아내는 남편의 표현이 적다고 해서 사랑이나 관심까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혼은 사랑만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서로를 배우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의 익숙한 방식만 고집한 채 상대를 판단한다면 관계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배우자를 얼마나 알아가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을까요?

ssung0191@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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