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년 전 취임 선서에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통합을 내란 청산보다 앞세운 건 의외였다. 통합보다는 팬덤 정치에 특화된 특정 진영의 수장이라는 잔상이 그때만 해도 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그런 선입견을 보란 듯 깨뜨리고 통합을 실천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 윤석열 정부 인사를 이례적으로 유임한 건 시작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세 번 식사를 했다.
그리고 식사 자리에서 나온 건의 사항을 수용해 추가경정예산에 일부 반영했다. 야당이 미워서 국회 방문을 회피한 전임자와 달리, 이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 꼬박꼬박 참석했다.
연설 뒤엔 야당 의석으로 일부러 걸어가 먼저 악수를 청했다.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점하고도 야당에 이 정도로 공을 들인 대통령은 드물었다. 이런 통합 노력으로 지난 1년간 정국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이는 불확실성을 줄여 경제 회복에도 일조했다.
통합 노력이 푸근한 사진을 몇 장 연출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보다 대통령직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 대통령의 깊은 이해가 뒷받침됐다고 본다. 정치인은 다수파를 점하기 위해 유리한 프레임을 짜서 내 편과 남의 편을 가르는 데서 동력을 얻는다고 한다.
그래도 부작용은 제한된다. 경쟁 정당이나 행정 권력이 제동을 걸어 정반합 원리에 따라 힘의 균형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당 소속 대통령이 갈라치기를 하면 제동이 걸리지 않아 자칫 억울한 사람이 양산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것은 대통령직의 이런 무거움을 자각한 발언으로 읽혔다.
그런데 요즘 이 대통령의 언어는 다시 피아(彼我)를 날카롭게 가른다. “투표로서 극복해야 할 구태 기득권자들”(5월 31일), “투표 포기는 중립이 아니라 내 삶과 공동체를 해치는 그들을 편드는 것”(30일), “악질 장사치의 패륜행위”(23일) 같은 말은 진영의 수장처럼 날이 서 있다. 선거를 앞둬서 그렇다느니 여유가 없어보인다느니 해석이 분분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그들’은 대통령이 아우르고 섬겨야 할 국민이 아닌 건지 묻게 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통합은 유능함의 지표이며 분열은 무능의 결과”라며 “국민의 삶을 바꿀 실력도 의지도 없는 정치세력들이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을 편 가르고 혐오를 심는 것”이라고 했다. 탁견이다.
남은 임기 동안 스스로의 말을 등대 불빛 삼아 전진해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취임사 중)으로 역사책에 남기를 바란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