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년 지인 살해한 조현병 남성 2심 무기징역… “사회와 영구 격리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징역 30년’ 원심 파기하고 무기징역 선고
1심 “우발적 범행, 망상 및 환청 증세 감안”
2심 “증세 여전… 재범 가능성 낮지 않아”
피고인, 항소심 판결 불복해 상고장 제출

20년 지기 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이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심은 징역 30년을 선고하며 조현병 환자의 우발적 살인이라고 판단했지만, 2심은 충동적 살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조현병 역시 감경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법 형사14-2부는 지난달 2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모(33)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서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임모(당시 31세)씨를 흉기로 20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법.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서부지법. 한국일보 자료사진

1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처음부터 살해 의도를 갖고 피해자를 불러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살인을 우발적 범행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이씨가 장기간 조현병을 앓았고, 약물 치료를 중단한 뒤 증세가 악화한 점도 양형에 감안했다. 이씨는 2017년 조현병 진단을 받았지만 약을 먹으면 졸음이 쏟아져 치킨집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치료를 중단했고, 이후 ‘사람들이 자신을 위협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것으로 조사됐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씨가 사시미 칼을 준비했고, 피해자가 무릎을 꿇고 애원하거나 도망치다 넘어진 상황에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뒤에도 양손으로 칼을 쥐고 찌르는 등 확실히 죽이려 했다”고 강조했다. 살해 의사가 분명했다는 것이다.

조현병 역시 감경 사유로 보지 않았다. 환청과 망상 속에 범행을 저지르긴 했지만, 치료 중단 시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경고를 지속적으로 들었음에도 치료를 멈춰 증세를 악화시킨 만큼 형을 줄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 중 임상심리사 면담 결과에서도 이씨는 여전히 조현병 증세를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외부 정보를 왜곡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됐다. 재판부는 이를 이씨 스스로 치료를 포기한 결과라고 봤다.

이씨가 출소했을 때 재범 방지에 조력할 유대관계가 미약한 점도 지적했다. 주변 사람들을 상대로 동일한 잔혹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을 우려한 것이다. 이씨의 친형은 1심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해 “동생은 반성의 기미 없이 변명만 늘어놓았다.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선 사회와 영원히 격리돼야 할 반사회적 인간이라 확신하게 됐다”며 엄벌을 요구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또한 이씨가 범행 직전 “국가가 나를 음해한다”며 중식도를 준비해 국방부를 찾아간 전력 등을 언급하며 “공격성 발현 대상이 주변에 한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사회 안전과 질서를 위해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3월 2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피해자의 유가족이 본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3월 2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피해자의 유가족이 본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26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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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33116130001381)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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