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에서 체코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16년 만의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 승리라는 결과도 의미 있지만, 내용 면에서도 적지 않은 수확을 남겼다. 아울러 멕시코와의 조 1위 결정전을 앞두고 반드시 보완해야 할 약점도 확인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멕시코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A조 1차전에서 체코를 2-1로 꺾었다. 황인범(30·페예노르트)의 동점골과 오현규(25·베식타시)의 역전골이 만들어낸 승리였다. 한국은 승점 3을 확보, 멕시코(남아공전 2-0 승)에 이어 조 2위에 올랐다.
가장 반가운 수확은 황인범의 부활이다. 황인범은 올 시즌 내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소속팀에서도 출전 시간이 크게 줄었고, 대표팀 합류 전까지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월드컵 무대에서는 달랐다. 중원에서 공격 전개의 중심축 역할을 하며 1골 1도움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후반 22분 동점 골 장면은 황인범의 장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과 침착한 마무리, 골키퍼 위치를 확인한 뒤 시도한 칩슛까지 모두 수준급이었다. 이어 후반 35분에는 정확한 크로스로 오현규의 결승 골을 도우며 경기 흐름을 뒤집었다.
중원의 황인범이 살아나자, 경기 전체에 활력이 붙었다. 원톱 손흥민(30·LAFC)과 2선 공격수 이재성(30·마인츠), 이강인(25·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이 가벼웠다. 손흥민은 득점하지 못했지만, 전반에만 5차례 슈팅을 시도하며 상대 수비진을 끌어냈고, 그 과정에서 이재성, 이강인의 연계 플레이도 자연스럽게 살아났다.
그동안 대표팀은 “전술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체코전에서는 공격 패턴이 이전보다 훨씬 정교해진 모습이었다. 황인범의 동점골은 이강인의 전진 패스에서 시작됐고, 오현규의 결승 골 역시 백승호(29·버밍엄시티)-황인범-오현규로 이어지는 빠른 전환과 연계 플레이의 결과물이었다. 준비된 공격 장면이 실제 득점으로 연결됐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수비에서는 3-4-2-1 스리백 전술이 통했다. 조유민(30·샤르자)의 낙마와 김태현(26·가시마 앤틀러스)의 부상으로 수비진 구성에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철벽 수비’ 김민재(30·바이에른 뮌헨)를 중심으로 좌우에 이기혁(26·강원FC), 이한범(24·미트윌란)을 배치한 조합은 예상보다 안정적이었다. 김민재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자주 상대했던 간판 공격수 파트리크 시크(30·레버쿠젠)의 공격을 한발 앞서 빠르게 차단했고,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도 적재적소에 공을 배급했다. 전반 38분 손흥민의 골대를 살짝 빗나간 중거리포도 김민재의 패스로부터 시작됐다.
좌우 윙백 이태석(24·아우스트리아 빈)과 설영우(28·즈베즈다)의 활동량도 돋보였다. 공격 시에는 폭넓게 전진했고, 수비 시에는 포백 혹은 파이브백 형태로 전환해 측면 공간을 효과적으로 커버했다. 특히 체격 조건이 좋은 체코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투지를 보여줬다. 변칙적인 스리백 가동이 대표팀의 맞춤옷이 돼 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여전히 상대의 세트피스 공격과 전방 압박에는 약점을 드러냈다. 체코가 세트피스에 강하다는 걸 알면서도 코너킥 등 세트피스 수비에서 불안감을 드러냈고, 결국 긴 스로인 상황에서 실점했다. 라디슬라프 크레이치(27·울버햄프턴)에게 허용한 선제골은 변명의 여지가 없이 수비 집중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후반 오프사이드로 취소된 체코의 득점 장면 역시 프리킥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전방 압박에 대한 대응도 불안했다. 한국은 이날 볼 점유율 62%를 기록하며 경기 주도권을 쥐었지만, 체코가 강하게 압박할 때는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위험한 장면이 반복됐다. 상대 압박을 풀기 위해 골키퍼 김승규(36·FC도쿄)에게 공을 돌렸다가 공격권을 뺏길 뻔한 장면도 여러 차례 나왔다. 체코보다 압박 강도가 높은 멕시코를 상대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멕시코는 남아공과 1차전에서 전반 9분 만에 선제골을 뽑았는데, 전방 압박을 통해 상대 수비수의 실책을 유도하며 공을 탈취해 득점했다. 이 과정에서 멕시코 특유의 개인 기술과 빠른 역습은 우리에게 위협적이다.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