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식사 7만3,000원… 현지 물가에 ‘깜짝’
시장과 체인 식당 사이 선명한 빈부 격차
월드컵 특수에 스타디움 물가도 천정부지
늘어난 광고 수익, 축구팬들에 쓰였으면
첫 끼니부터 꼬였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취재를 위해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도착한 8일(현지시간), 동행한 회사 후배와 저녁을 먹기 위해 가까운 쇼핑몰 내 식당을 찾았다. 비행기 환승 시간 탓에 점심을 굶었으니, 현장 도착 후 첫 끼니만큼은 제대로 먹이고 싶었다.
지금도 그 순간을 후회한다. 타코와 퀘사디아, 코카콜라 한 잔 그리고 코로나 맥주 한 병을 먹은 뒤 받아 든 영수증엔 755페소(약 7만3,000원)가 찍혔다. 팁 10%는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순간 ‘한 끼에 이 정도 가격이면 회사에서 비용 처리를 안 해 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심장박동수가 살사댄스 비트 수준으로 빨라졌다.
자숙하는 심정으로 향후 몇 끼는 한국에서 싸 온 라면과 컵밥으로 때우겠노라 다짐하던 찰나, 좋은 곳을 발견했다. 사포판의 한 재래시장(Zona De Fondas Mercado Municipal De Zapopan)에서 타코 한 개를 15페소(약 1,450원)에 팔고 있었다. 기쁜 마음에 4개(약 5,800원)나 사 먹었다.

멕시코 사포판 한 시장에 걸려 있는 먹거리 가격표. 사포판=박주희 기자
며칠 후 ‘손흥민 컵’을 구하기 위해 과달라하라 내 맥도널드 매장을 돌아다녔다. 겸사겸사 끼니도 해결할 작정이었다. 시장 물가를 토대로 패스트푸드의 가격을 대충 유추한 상태였고, 정크푸드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오산이었다.
카운터 상단엔 빅맥 햄버거 단품 89페소(약 8,650원), 세트 구성 130페소(약 1만2,600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손흥민 컵’이 포함된 세트는 무려 229페소(약 2만200원)였다. 한국(단품 5,700원·세트 7,600원)보다 비싼 가격에 구매가 망설여졌다.
손흥민(34·LAFC)이 다녀가 유명세를 탄 한 타코 가게도 상황은 비슷했다. 15일 방문한 그곳은 일반 타코 1개에 45~65페소(약 4,300~6,300원) 수준으로 맥도널드보다 저렴해 보였지만, 성인 남성 기준 2개 이상은 먹어야 배가 차는 크기였다. 손흥민 일행이 주문한 아라체라(안창살 타코)는 95페소(약 9,200원)로 더 비쌌다. 영수증 처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손흥민과 한국 관광객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닐지 몰라도, 자숙 중인 기자는 도저히 아라체라 두 개를 주문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손흥민이 다녀가 유명세를 탄 멕시코 과달라하라 내 한 타코 가게의 메뉴판. 과달라하라=박주희 기자
다시 입맛만 다시는 입장이 돼 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가게 직원인 미네르바 데키라(20)는 팁을 포함해 약 50페소(약 4,900원)의 시급을 받는다고 했다. 빅맥 세트 1개를 먹으려면, 두 시간 30분을 일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가게는 손흥민 방문 후 손님이 늘었다고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해당 가게를 찾은 손님들의 행색은 사포판 시장에서 함께 타코를 먹던 이들의 그것과 분명 달랐다. 선명한 빈부 격차. 그 순간 영화 ‘코코’ 속 고조할머니 마마 이멜다의 심정이 이해됐다. 음악을 하겠다며 처자식을 두고 집을 떠난 남편 탓에, 마마 이멜다는 어린 코코에게 아라체라를 사줄 수 없었다.
심지어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 내 물가는 이보다 훨씬 비쌌다. 맥주 750㎖를 270~310페소(2만 6,200~3만원)에, 샌드위치 한 개를 260~280페소(약 2만 5,000~2만 7,000원)에 팔고 있었다. 과달라하라에 거주하는 제2, 제3의 미네르바들에겐 물론, ‘비용 처리 이슈’로 위축돼 있는 기자에게도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다.
입장권 가격은 그야말로 ‘악’ 소리가 난다. 한국-체코전 티켓은 골대 뒤 중간층 기준 400달러(미국 달러)에 달했고, 한국-멕시코전은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과달라하라 스타디움 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맥주의 가격. 사포판=박주희 기자
과달라하라 곳곳을 돌아다녀 본 결과, 대다수 축구팬은 사포판 시장 등 저렴한 곳에서 음식을 사 들고 광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향했다. 스타디움에서 맥주를 마시며 직관하는 이들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모두가 똑같은 환경에서 경기를 봐야 한다거나, 누구의 삶이 더 낫다는 식의 주제넘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수분 보충 휴식)로 늘어난 광고 수익의 일부만이라도, 광장에서 월드컵을 즐기는 축구팬들을 위해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일보]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14130900009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