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종편 방송의 굴곡 [일요칼럼]

YTN

시속 100㎞로 달리는 생체공학인간 ‘600만불의 사나이’, 맨손으로 창문을 깨뜨리는 ‘두 얼굴의 사나이’ 같은 미국 히어로물들을 넋 놓고 봤던 게 TV에 대한 필자의 첫 기억이다.

1960~70년대 KBS, MBC와 함께 방송을 3분(分)했던 TBC(동양방송)에서 방영됐는데, 신군부에 의한 강제폐국(1980년)이라는 기구한 역사와 함께 TBC에 아련한 향수를 느끼는 50대 이상 세대는 적지 않을 것이다.

□ 2011년 종합편성채널들이 개국할 당시 중앙일보 미디어그룹이 ‘JTBC’로 이름을 정한 것도 TBC시대의 영광을 계승하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JTBC는 경쟁사들과 확연히 다른 정치색으로 주목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진보성향 언론인 손석희를 사장(2013~2017년 재임)에 앉힌 게 대표적이다.

세월호 참사 때는 정부보다 유가족 입장에 선 보도로, 탄핵정국에서는 ‘태블릿PC 보도’ 등 굵직한 탐사보도로 영향력을 키웠다.

2017~2019년 한국기자협회 여론조사에서 3년 연속 ‘신뢰하는 언론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경쟁사들이 가성비는 높지만 저급한 정치토크에 전념한 것과 달리 많은 자본이 들어가는 교양·오락 프로그램을 과감히 편성한 것도 특징이었다. ‘스카이캐슬’(2018) ‘이태원 클라쓰’(2020)같은 흥행 드라마도 잇따라 내놓았다.

□ 불패가도를 달리는 것처럼 보였던 JTBC가 지난 12일 206억 원 규모의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언론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JTBC의 프로그램 제작과 지식재산권(IP)을 가진 계열사 SLL의 상장이 무산되고, 재판매 수익을 노리고 7,000억 원을 들여 확보한 올림픽·월드컵 중계권의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지는 등 모기업의 경영 오판이 겹친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 JTBC가 이번 유동성 위기를 극복해 ‘대마불사’의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을까.

저널리즘과 비즈니스 모델 찾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통 미디어 산업 종사자들의 고뇌가 한층 더 깊어질 것이라는 점을 ‘JTBC 사태’가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국일보]

이왕구 논설위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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