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록 음악의 진정한 레전드인 신중현이 노래했던 ‘아름다운 강산’은 푸른 나뭇잎과 푸른 강물이 조화를 이루고,너와 내가 한마음이 되어 새 희망을 노래하는 역동적이고 다정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태평양을 건너 정착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의 현실은 이 아름다운 노랫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총성과 홈리스들의 악취와 쓰레기 더미들로 널부러져 있다.
지난 목요일 저녁, 멕시코와 한국의 월드컵 경기가 열리던 날의 풍경은 그야말로 혼돈(Chaos) 그 자체였다.
서울공원 티셔츠 배부 현장에는 200미터가 넘는 끝없는 줄이 늘어섰고, 그 줄의 주역은 한인이 아닌 압도적인 수의 히스패닉 인파였다.
경기 시작 전부터 윌셔, 후버, 웨스턴, 피코 길은 밀려든 차량과 인파로 인해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버렸다. 평소라면 고작 몇 분이면 주파할 거리를 30분, 40분씩 갇혀 있어야 했던 운전자들은 결국 차를 길거리에 버려두다시피 파킹하고 약속 장소로 걸어가는 웃지 못할 촌극을 연출했다.
LA에 수십 년을 살던 올드타이머들조차 “한인타운 거리에 이렇게 많은 히스패닉 군중이 몰린 것은 사상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문제는 이 열기가 ‘건전한 스포츠의 장’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기가 끝난 후 흥분한 축구팬들 사이에서 패싸움 이 벌어졌고, 결국 귀를 찢는 총격 사건까지 발생해 피를 흘리는 부상자가 나왔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LA 경찰국(LAPD)은 시 전역에 ‘전술 경보’를 발령하고 한인타운에 대거 병력을 투입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터전이 졸지에 군중 통제와 치안 불안의 최전선이 된 것이다.
축제의 광기가 휩쓸고 간 아침 출근길, 한인들을 맞이하는 것은 또 다른 서글픈 자화상이다. 널빤지가 무심히 널부러져 있듯, 타운 곳곳의 길바닥을 차지하고 누워 있는 홈리스들…
캘리포니아의 따스한 햇볕마저도 그들의 해묵은 가난과 중독을 덮어주기엔 역부족인 모양이다. 거적대기를 뒤집어쓴 채 분주한 행인들 한가운데 누워 견디기 힘든 내음을 뿜어내는 이들. 푸른잎 가로수 아래에도, 화려한 쇼핑몰 울타리 앞에도 그들은 잠에 취해, 혹은 마약에 취해 주저 앉아 있다.
이 광경을 바라보며 우리는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까지 이런 사람들의 악취를 맡으며 불안에 떨어야 하는가?” 그 들도 한때는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었을 것이고, 향긋한 사람 냄새를 풍기던 온전한 인간이었을 것이다.
너와 내가 한마음으로 영원히 사랑하자던 노랫말처럼,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거창한 번영이 아니다.그저 이 땅에서 안심하고 걸으며, 상큼하고 향긋한 진짜 ‘사람 냄새’를 맡으며 함께 살아가는 상식적인 세상이다.
LA 한인타운의 시급한 치안 회복과 환경 정화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라디오서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