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외출 [김준철 시인의 시가 있는 radioseoul1650.com]

AI Grok

한 사내가 개를 끌고 사람들의 거리로 나왔다
걷는데만 유용한 길,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따라
그는 한 마리 늙은 개의 목을 조르는, 줄을 움켜쥐고
걷는다
개를 끌고 나오긴 했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 못한 듯
그는 조심스레 눈치를 보다 길 한켠에 선다
그로 인해 몇몇 행인의 노선이 막히고
사내가 아닌 개로 인해
걸음을 멈추고 늙은 개를 어루만진다
위생장갑을 낀 후……
두려움에 가득 찬 사랑의 손길,
어느새 건물 사이로 해가 지기 시작하면
땅거미는 타오르는 불길을 앞세워
길을 지우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황급히 일어나 자신들의 동굴을 향해
걷는다, 아니 달려 도망친다
사내도 타들어가는 길을 거슬러, 자신이
나온 동굴로, 늙은 개와 함께…
오랜만의 외출은 여기까지였다

그 후 문득문득 난 붉은 길에 선다
늙은 개 한마리 없는 지루한 외출로……

작은 메모:
이 시로 늙은 개와 함께한 짧은 외출을 통해 도시 속 인간의 소외를 그려보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사내가 아니라 개로 인해 걸음을 멈추지만, 그마저도 위생장갑을 낀 채 건네는
손길입니다. 두려움과 사랑이 동시에 묻어나는 이 장면은 단절된 시대의 관계 맺기 방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노을이 '불길'로 번지고 다시 '붉은 길'로 이어지는 이미지는
일상의 풍경을 위태롭고 종말적인 색채로 물들이며, 외출의 끝을 재촉하는 시간의 압박을
형상화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연, "늙은 개 한 마리 없는 지루한 외출"이라는 구절에서
시는 역설적으로 상실의 깊이를 드러냅니다. 동행이 사라진 자리에서야 비로소 그 존재의
의미가 선명해지는 것입니다. 이 시를 읽는 동안, 여러분도 누군가와 함께 걷던 길의
온기를 되짚어보시길 바랍니다.

김준철 (treeandmoon2022@gmail.com)

현)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비영리문화예술재단『나무달』대표.
『시대문학』 시부문 신인상,『쿨투라』 미술평론 신인상 수상, 쿨투라 해외문화상
수상.
시집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바람은 새의 기억을 읽는다』『슬픔의 모서리는
뭉뚝하다』, 전자시집 『달고 쓰고 맵고 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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