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확정이냐 중단이냐… 법원만 바라보는 ‘운명의 일주일’

의정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8일(한국시간)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앉아 있다 [연합뉴스]

3개월간 의료공백을 야기한 의대 입학정원 증원 여부가 법원 판단에 결정적 고비를 맞게 됐다. 다음 주에 있을 가처분 결정에서 법원이 인용 결정으로 의사들 손을 들어준다면 올해 증원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반대로 기각 결정이 내려진다면 내년부터 의대 신입생을 늘리려는 정부 정책은 탄력을 받게 된다. 이달 말까지 올해 대학별 입시전형 시행계획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양측이 이달 안에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

12일(한국시간) 법조계에 따르면,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13~17일 사이에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의대생, 전공의, 교수 등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신청인들이 신청 자격이 없다며 각하했지만, 서울고법은 정부에 증원 결정의 근거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인용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모든 절차를 진행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지난달 말까지 각 대학에서 의대 증원이 반영된 전형계획을 제출받고 이달 말 확정해 증원 정책에 쐐기를 박으려면 정부 계획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반면 증원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며 소송전을 벌이던 의사계는 요구를 관철할 기회를 잡았다.

각 대학이 이달 말까지 수험생에게 입시 요강을 공개해야 하는 만큼, 적어도 내년 의대 정원이 늘어날지 여부는 법원 판단에 달린 셈이다. 1심에 이어 항고심도 의사들 신청을 각하 또는 기각한다면 내년 의대 증원 확정 일정에 큰 걸림돌이 사라진다. 의료계가 대법원에 재항고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달 안에 결론이 나오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청이 인용된다면 마찬가지 이유로 올해 입시에서 의대 신입생을 늘려 모집하기 어렵게 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일단 기존 정원대로 내년 의대 신입생을 모집한 뒤 본안소송에서 승리하면 내후년 이후부터 의대 증원을 적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서울고법 결정이 증원 분수령이 된 터라 의정은 치열한 장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가 의대정원배정위원회(정원배정위)의 정식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점과 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것을 두고 총공세에 나섰다. 정부는 재판부가 정한 기한에 따라 10일 오후 법원에 자료 47건을 제출했는데, 여기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의 의료현안협의체 보도자료 및 브리핑 내용 △각계가 참여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 △정원배정위 회의 내용 정리자료 등이 포함됐다.

의사 측을 대리하는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정원배정위에 대학별 증원 숫자를 결정한 근거가 있을 텐데 정부는 위원 명단을 단 한 명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사·의대생·시민 등 4만2,206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고법에 인용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증원 근거에 대한 자료를 충분히 제출했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법원이 요청한 자료는 물론이고 요청하지 않은 자료 중에서도 정책 설명에 필요한 자료를 충실하게, 가능한 한 많이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원배정위 회의록이 없는 점에 대해선 “법정 위원회가 아니기 때문에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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