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주의 뒤에 숨은 미국 자동차산업…자신감도 잃었나”

‘자동차의 나라’로 불리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도랑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 전환되는 시기를 맞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미국 업체들이 이제 자신감도 잃어버리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과거 자본을 대거 투입하면서 현재의 자동차 산업을 일궜던 미국이 이제는 관세인상 등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소극적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전기차 산업을 포기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12일 진단했다.

18개월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저감법, 즉 IRA 법의 통과를 축하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 법은 미국 경제를 활성화하고 무공해 자동차 및 전력 분야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5천억 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의 법이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기후 위기에 맞서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역대 가장 공격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자동차업체와 노동자들은 전기 자동차와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자본과 엄청난 노력, 독창성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이런 낙관주의는 아주 먼 옛날이야기가 돼 버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평가했다.

포드 자동차는 전기차 분야 손실이 늘자 자본지출을 120억 달러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기차 모델 생산을 줄이기 위해 배터리 주문도 줄였다. 포드에 납품해온 한국의 SK온, LG에너지솔루션, 중국의 CATL 등 배터리 공급업체들이 재고문제로 타격을 받았다.

포드는 올해 전기차 부문에서 최대 55억 달러의 손실을 예상했다.

최근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부문이 회사 전체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너럴 모터스(GM)는 전기차 생산 목표를 2년 연속 달성하지 못했다.

전 세계 전기차 5대 중 1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실제로는 작년에 7만6천대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 1천400만 대 중 200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테슬라는 인력의 10%를 감원하고 충전시스템인 슈퍼차저 팀을 해체하고 있다. 회사 주가는 전년 대비 32% 하락했다.

올해 1분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에 그쳐 2022년에 81%, 2023년에 46% 증가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에 비해 중국은 1만 달러 미만의 소형전기차와 3만 달러 미만의 고급 스포츠 세단을 생산하며 전기차 전환을 순조롭게 이행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청정 기술에 대한 새로운 관세부과 계획을 발표할 계획인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의 25%에서 100%로 4배 올리는 것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해외 분야 사업을 점진적으로 줄여왔다.

포드자동차의 북미 외 사업부 자산은 2008년에 전체의 3분의 1 정도였지만 작년에는 15% 이하로 줄었다.

GM도 1920년대부터 보유했던 유럽 브랜드를 급성장하는 스텔란티스 NV에 매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업체가 전기차 한 대당 10만달러씩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분석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는 미국 기업들이 100년 만에 처음으로 파워트레인을 전면적으로 바꾸는데 들어가는 돈인데 이를 일회성 비용으로 처리해 부진한 전기차 판매량으로 나누는 것은 이상한 회계규정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성 수치라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자동차산업이 중국과 멀리 떨어진 거리와 관세로 보호받는 시장에 안주하고, 경쟁으로 인한 격변을 두려워하면서 청정에너지 산업으로의 전환을 그저 잘못된 꿈이었다고 믿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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