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이 한국 축구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원인을 홍명보 전 감독의 전술 실패 하나로 좁힐 수 없다고 진단했다. 미디어와의 갈등, 손흥민 의존, 세대 갈등, 대한축구협회 불신이 한꺼번에 터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체코와의 1차전을 승리로 출발하고도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멕시코전에서는 골키퍼 김승규와 수비수 이기혁이 엉키는 실책이 나오며 0대 1로 패했고 무승부만 거둬도 조별리그 통과가 확정되던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최종전마저 내 주며 짐을 쌌다.
손흥민·김민재·이강인·황희찬·황인범 등 황금세대로 불린 전력을 갖추고도 받아든 성적표다. 홍명보 감독은 대회를 끝으로 물러났고 귀국길 공항에서는 야유와 고성이 쏟아졌다.
이 과정을 멕시코 현지에서 밀착 취재한 재일동포 축구 전문기자 신무광 씨는 7일(현지시간) 일본 스포츠 매체 넘버웹에 3부작 분석 기사를 실었다. 신 기자는 미즈노 스포츠라이터 최우수상 수상자로, 지난해 홍명보 감독과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의 특별 대담을 성사시킨 인물이다.
신 기자는 “이번 탈락은 홍명보 감독의 전술 미스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미디어와의 갈등, 스타 선수 의존, 세대 간 거리감,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불신과 감독 선임 과정 논란 등 여러 문제가 월드컵이라는 극한의 무대에서 한꺼번에 폭발했다. 그것이 한국 축구의 북중미 월드컵이었다”고 적었다.
그가 팀 붕괴의 출발점으로 꼽은 것은 인터뷰 보이콧 사태다. 지난달 7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훈련장에서 일부 취재진이 손흥민의 병역 특례를 조롱하는 대화가 한 방송사 유튜브를 통해 그대로 송출됐다.
신 기자는 이를 들은 손흥민이 격분해 “체코전 이후 한국 미디어의 취재를 완전히 거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는 앞서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이 대한축구협회 부패비리제보센터 제보를 근거로 폭로한 팀 내 불화 의혹과 맞닿아 있으며, 신 기자도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갈등의 확산이었다. 신 기자는 “진짜 문제는 손흥민과 미디어의 갈등이 팀 전체로 번지면서 다른 선수들마저 미디어 취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됐다는 점”이라며 “기자단 대표가 선수단 앞에서 사과하는 이례적인 사태로 번졌지만 손흥민과 동세대인 이재성 등이 수긍하지 않아 대표팀이 취재에 응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일주일 가까이 지속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선수들 사이에서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는 팀에 명백히 불필요한 잡음이었다”며 “불필요한 공기가 고스란히 이어진 멕시코전에서 골키퍼 김승규와 수비수 이기혁이 엉키는 뼈아픈 실책이 터졌다”고 분석했다.
홍 감독은 멕시코전 직후 라커룸에서 인터뷰 재개를 지시했지만 손흥민과 이재성은 응하지 않았다. 다만 이재성은 이날 도핑 검사로 인터뷰에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홍 전 감독에 대한 평가는 책임과 변호가 함께 담겼다. 신 기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팀을 끝까지 하나로 묶지 못한 책임도 분명 있다”면서도 “공항에서 홍 감독에게 쏟아진 야유와 고성이 모두 공정한 비판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썼다.
손흥민 의존 문제도 정면으로 다뤘다. 신 기자는 “손흥민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오랜 시간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했고 대표팀의 상징이었다”면서도 “그의 존재가 너무 커지면서 한국 축구는 손흥민 중심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그 의존에서 벗어날 것인지라는 중요한 결정을 계속 미뤄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기기만 해도 조별리그 통과가 확정되는 남아공전에서 홍 감독은 절대적 에이스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하는 대단히 큰 도박을 감행했다. 전술적 선택이라고 적어도 감독은 그렇게 믿고 있었지만 결과는 잔혹했다”고 했다.
34세가 된 손흥민의 경기력에 대해서도 “과거 프리미어리그를 지배했던 폭발적인 스피드와 돌파력이 예전 같지 않다”며 체코전과 멕시코전에서 최전방 고립이 반복됐다고 짚었다.
신 기자는 “한국 축구를 위해 떠나겠다고 말한 홍명보 감독도, 앞으로도 대표팀과 함께하기로 한 손흥민도 승자가 아니었다”며 “한국 축구 앞에는 여전히 무거운 현실이 놓여 있다”는 문장으로 글을 맺었다.
[서울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