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라디오서울]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이를 주도하는 기업들을 규탄하는 시민 200여 명이 토요일 AI 개발의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관통하며 거센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정크 콘텐츠 멈춰(Stop slop)’, ‘규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절벽을 향해 달리는 경주에선 아무도 승자가 없다’ 등의 피켓을 든 시위대는 OpenAI 사무실을 출발해 Anthropic과 Google DeepMind 사무실 앞까지 행진했습니다. 이들은 각 기업 CEO들에게 신규 AI 모델 학습을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AI 가속화가 급등하는 주거비, 일자리 감소, 환경 파괴를 초래해 다음 세대에 실존적 위협을 안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번 집회를 주최한 단체는 전 AI 연구원 미카엘 트라지(Michaël Trazzi)가 이끄는 ‘Stop the AI Race’입니다. 트라지는 지난해 런던 Google DeepMind 사무실 밖에서 AI 개발 동결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인 바 있는 인물로, 이번에는 Anthropic 사무실 앞에서도 별도의 단식 투쟁이 진행되었습니다. 학생, AI 업계 종사자, 오랜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시위대가 시내 다운타운을 행진하는 동안, 식당의 손님들과 아파트 발코니의 주민 등 수많은 시민이 발걸음을 멈추고 이들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존스홉킨스대 학생이자 AI 연구원인 알리사 카르보(Aleesa Carbo)는 “원칙적으로 AI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현재 기업들의 경쟁 방식은 무책임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녀는 “AI 모델들은 결국 일종의 ‘어두운 상자(dark box)’와 같아서, 이를 직접 훈련하고 실험하는 우리조차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중의 인식을 높여 정부와 정치권의 행동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OpenAI 사무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트라지 역시 “우리는 지금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다”며 “문제는 다른 기업들이 멈추지 않는 한, 개별 기업 스스로는 이 위험한 경주를 멈출 수 없다는 점”이라며 샘 알트먼(OpenAI CEO)과 다리오 아모데이(Anthropic CEO)를 겨냥한 구호를 외쳤습니다.
이 단체는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AI 개발 중단 합의를 추구하고 있으며, 기존 모델은 그대로 두되 더 크고 강력한 ‘프론티어 모델’의 새로운 학습을 중단하고 관련 인력들을 안전 연구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AI 기업들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시위대는 지난 1월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 Google DeepMind CEO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글로벌 협력을 전제로 한 ‘개발의 집단적 중단’에 공감했던 발언을 인용하며 압박을 이어갔습니다. AI를 활용한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던컨 홀데인(Duncan Haldane) CEO 또한 두 자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참여해 “현재 AI가 할 수 있는 일들은 현저히 위험하며 사회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술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중단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정치권과 지역 사회의 반발도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딘 프레스턴(Dean Preston) 전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은 “기술 기업 CEO들이 샌프란시스코를 단지 착취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며 AI 산업이 도시에 가한 파괴적 영향을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6월 피츠버그 주민들이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시위를 벌인 데 이어, 남부 캘리포니아 몬터레이파크 유권자들은 미국 최초로 데이터센터 설치를 영구 금지하는 등 규제 움직임이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50년간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한 캐시 버릭(Kathe Burick)은 “시장과 시의회가 시 차원의 AI 규제를 즉각 시작해야 한다”며, 통제 불능의 AI 경쟁을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컴퓨터 HAL 9000이 인간의 명령을 거부하는 유명한 장면에 비유했습니다. 지난 3월 OpenAI 앞에서 열린 첫 시위에는 30여 명만 참여했던 것에 비해, 이번 집회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참여 규모가 눈에 띄게 커지며 AI 규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