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도 반했는데” 중국선 대박 한국선 폭망…같은 ‘파이브가이즈’, 엇갈린 운명

파이브가이즈 버거 세트. 사진 제공=에프지코리아
같은 ‘파이브가이즈’인데 운명이 갈렸습니다. 미국의 3대 버거로 유명한 이 체인점이 중국에서는 매장을 늘리는 반면, 한국에서는 매물로 나왔습니다.

미국의 3대 버거로 유명한 체인점 ‘파이브가이즈’가 다음 달 중국 베이징에 1호점을 열 계획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패권 다툼 등 갈등을 빚고 있지만, 미국의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체인 업체들은 중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추세입니다. 미국 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직면하면서 세계 2위 규모 중국 소비자 시장으로 눈을 돌려 점유율을 넓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패스트푸드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선호도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13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버거 체인 파이브가이즈가 다음 달 베이징 1호점을 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자국 시장 포화에 직면한 미국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이 잇따라 중국 진출에 나서거나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SCMP는 웬디스와 칠리스, 텍사스치킨, 파파이스 등이 중국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장쑤성 난징 소재 쑤상은행의 푸이푸 특임연구원은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이 가계 구매력을 계속 압박하는 반면 중국에서는 서구 패스트푸드 침투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파이브가이즈는 2021년 상하이에 중국 1호점을 열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번에는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베이징 인기 쇼핑센터 3곳에 매장을 낼 계획입니다. S&P글로벌레이팅스의 샌디 림 중국 소비 애널리스트는 “일부 소규모 미국 체인이 자국 시장 포화를 상쇄하기 위해 중국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치열한 경쟁에도 중국의 방대한 외식 시장에는 여전히 수요가 존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웬디스 1000개·파파이스 20년만 컴백…‘ 직영→가맹’ 전환이 답
웬디스 매장 전경. 사진제공=웬디스

웬디스 매장 전경. 사진제공=웬디스

미국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은 중국 시장의 진출 방식도 바꿨습니다. 과거 외국 브랜드들은 해외 본사가 관리하는 직영 모델에 의존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손익과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돼 일부 브랜드가 결국 시장을 떠나는 원인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현지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운영하는 가맹 방식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일명 ‘현지 프랜차이즈 파트너형’입니다.

KFC와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 초기 진출 업체들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현지 가맹 모델을 정교화했습니다. 파이브가이즈는 1선 도시의 품질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합니다. 푸 연구원은 “중국 소비자가 더 이상 외국 브랜드를 맹목적으로 선호하지 않는다”며 “이들 체인은 차별화된 제품과 현지화 운영에 의존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스닥 상장사인 웬디스는 지난 5월 향후 10년간 중국에 최대 1000개 매장을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웬디스는 경험이 풍부한 현지 외식 운영사와 새 가맹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웬디스의 1분기 미국 내 동일 매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했습니다. 반면 해외 시장 전체 매출은 1년 전보다 6% 증가했습니다.

텍사스치킨은 이르면 다음 달 상하이에 중국 1호점을 열기로 했습니다. 지난 4월 여러 퀵서비스 외식 브랜드를 보유한 현지 선도 운영사 더커성탕과 손잡고 향후 수년간 전국에 최소 600개 매장을 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다른 미국 체인 칠리스는 지난 5월 베이징 2호점을 열어 손님이 몰리며 대기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루이지애나 프라이드치킨 브랜드 파파이스는 2003년 중국에서 철수한 지 20여 년 만인 지난 4월 베이징에 재진출했습니다. 상하이에서도 8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영업이익 10억에 몸값 700억…파이브가이즈 매각가 ‘괴리감’
오픈 초 국내 한 파이브가이즈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뉴스1

오픈 초 국내 한 파이브가이즈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뉴스1

반면 한국의 파이브가이즈는 정반대입니다. 한화 3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국내에 들여온 파이브가이즈는 부침을 겪고 있습니다. 오픈 초기만 하더라도 긴 줄이 늘어선 ‘오픈런’ 행렬을 보였으나, 높은 가격과 현지 맛을 구현하지 못한 탓에 실적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결국 공격적인 확장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며 국내 대표 상권인 압구정점이 전격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김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압구정 명품관 재건축 등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운영사인 에프지코리아 매각 작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달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와 에프지코리아 지분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다시 체결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체결했던 기존 MOU의 우선협상 기간이 끝난 데 따른 것입니다. 지난해 7월 매각 추진 사실이 알려진 이후 관련 절차는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 2024년 6월 26일 국내 론칭 1주년을 맞아 1호점인 파이브가이즈 강남에서 김동선 부사장(가운데)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케이크 커팅식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에프지코리아

지난 2024년 6월 26일 국내 론칭 1주년을 맞아 1호점인 파이브가이즈 강남에서 김동선 부사장(가운데)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케이크 커팅식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에프지코리아

변수는 ‘실적’입니다. 파이브가이즈 운영사 에프지코리아의 지난해 실적은 외형 성장과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나타났습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538억 원으로 전년보다 15.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억 원으로 69.8% 감소했습니다. 당기순이익 역시 2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매출은 늘었지만 이익은 크게 줄면서 사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간 괴리가 다시 한 번 확인됐습니다.

한국 내 파이브가이즈가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사업 구조 탓입니다. 가맹 방식을 선호하는 중국과 달리 김 부사장은 파이브가이즈 도입을 주도하며 직영점 중심으로 운영했습니다. 미국 본사 직영은 아니지만, 에프지코리아가 국내 매장을 직영하는 ‘기업 직영형’ 방식인 셈입니다. 임차료와 인건비 부담이 크고, 배달이나 가맹사업을 통한 수익 다각화가 쉽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시장에서는 한화갤러리아가 보유한 에프지코리아 지분 100%의 예상 매각가를 600억~700억 원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외식 프랜차이즈 거래에서는 10배 안팎의 현금창출력(EV/EBITDA) 배수가 적용되며, 파이브가이즈도 7~10배 수준에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익 감소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장에서 이 수준의 가치를 인정해 줄 지는 미지수입니다. 투자자들이 미래 성장성을 보고 무작정 배팅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시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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