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감염되는 기생충 질환인 ‘사이클로스포리아증(cyclosporiasis)’ 환자가 급증하면서 패스트푸드 체인 타코벨이 일부 매장에서 신선 식재료를 잠정 제외했다.
14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5월 1일 이후 미국 내에서 발생한 사이클로스포리아증 확진자가 164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시점의 249명보다 약 6.6배 많은 규모다.
CDC 국립 식품·수인성·환경질환부의 그웬 비거스태프 부국장은 이번 유행을 두고 예년과 비교해 “매우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확진 환자가 나온 지역은 34개 주에 이른다. 이 가운데 141명(9%)이 병원에 입원했으며, 현재까지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CDC는 이와 별도로 감염이 의심되는 사례 5100여 건을 추가로 파악하고 있다. 확진과 의심 사례를 합치면 규모는 약 7000건에 달한다. 확진·의심 합산 기준으로는 지난해 같은 시점의 27배 수준으로, 미 CNN은 이번 사태를 최근 몇 년 새 미국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식품 매개 질환 유행 중 하나로 전했다.
다만 CDC는 의심 사례가 미국 내에서 감염된 것인지 확인하려면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CDC는 실제 감염자 수가 공식 집계보다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이클로스포리아증은 다른 장 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진단이 누락되거나 당국에 신고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CDC는 미 식품의약국(FDA), 주 보건당국과 함께 여러 주에서 동시에 발생한 감염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시간·오하이오·웨스트버지니아·켄터키 등 최소 4개 주에서 발생한 환자들이 동일한 감염원과 역학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미시간주가 확진 3309건으로 이번 유행의 최대 피해 지역으로 꼽힌다. 미시간주 보건복지부는 확진자 1000여 명을 면담한 결과 상추나 샐러드용 잎채소가 유력한 감염원으로 지목됐다고 밝혔다. 다만 특정 품종·재배업체·공급업체가 감염원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CDC와 FDA는 특정 업체가 조사 대상에 포함됐는지 언급하지 않았으나 일부 환자가 타코벨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타코벨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지역 일부 매장에서 상추, 고수, 양파, 피코 데 가요, 과카몰리 등의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회사 측은 “보건당국이 타코벨이나 특정 식재료, 공급업체, 매장, 유통업체와의 연관성을 확인한 것은 아니다”라며 예방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사이클로스포리아증은 ‘사이클로스포라 카예타넨시스’라는 미세 기생충에 감염돼 발생하는 장 질환이다. 주로 기생충에 오염된 과일이나 채소, 물을 섭취할 때 감염되며 물설사와 복통, 메스꺼움, 피로, 식욕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잠복기가 길어 감염 후 최대 2주가 지나서야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 원인 식품 추적을 어렵게 한다. 이 기생충은 세척만으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고, 가열 조리가 가장 확실한 사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CDC는 의료진에게 장기간 설사가 이어지는 환자를 진료할 경우 사이클로스포리아증 가능성을 고려하고, 감염이 확인되면 당국에 신속히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