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부들이 대화 때문에 고민하고, 대화하다가 싸우고, 결국 대화를 단절한 채 살아갑니다.
그러다 “이 사람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절망감에 이혼을 결심하는 부부들을 상담실에서 자주 만나게 됩니다.
부부 관계를 40년 넘게 연구해 온 존 가트맨(John Gottman)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부부를 갈라놓는 것은 갈등 그 자체가 아니라 갈등을 다루는 대화 방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내들이 알아두면 좋은 대화법 4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혹시 어떤 분은 ‘내가 왜 저 사람을 위해 나를 고쳐야 하나’ 하고 반발하고 싶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부부간의 대화는 서로의 소통이지 기싸움이 아닙니다. 대화에는 듣는 사람의 예의도 필요하지만,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의 방식에 맞춰 주는 것 또한 중요한 예의입니다.
남편이 말이 안 통한다고 비난만 하기보다, 남자들의 대화 방식을 이해하고 내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방법을 바꿔 보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놓는 일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도움이 됩니다.
첫째, 하나의 주제를 선명하게 말하세요.
남성들이 사용하는 문장을 연구해 보면 여성보다 짧고 단순하면서도 결론이 분명한 패턴을 보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말하려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쉽게 알 수 있죠.
반대로 남편에게 여러 주제를 한꺼번에 섞어 말하거나 말 속에 겹겹이 의미를 깔고 이야기하면, 남편은 정작 아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 문제로 시작해서 시댁 이야기로 넘어가고 십년 전 서운함까지 이어지면,남편의 머릿속에는 ‘그래서 결론이 뭐지?’라는 물음표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남편과 이야기할 때는 오늘 나눌 주제를 한 가지로 정하고, 그것을 선명하게 말하는 연습을 해 보세요.
둘째, 남편의 말을 자르거나 끼어들지 마세요.
남성들끼리의 대화를 연구한 학자들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남자들은 서로 말하는 도중에 상대의 말을 끊는 일이 매우 드물고, 만약 끊는다면 그것은 상대에게 경쟁심을 느꼈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을 때라는 것입니다.
즉 남편에게 말 자르기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공격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제가 부부치료 중 반복적으로 관찰하는 장면이 바로 아내들의 말 자르기입니다.
남편이 모처럼 마음을 열고 말하기 시작하면, 답답해진 아내가 중간에 끼어들고, 남편은 다시 입을 닫아 버립니다.
남편의 말이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져도 끝까지 들어 주세요. 끝까지 들어 주는 경험이 쌓여야 남편도 마음을 여는 횟수가 늘어납니다.
셋째, 비난 대신 부드럽게 시작하세요.
가트만 박사의 연구에서 가장 놀라운 발견 중 하나는, 대화의 첫 몇 분만 보아도 그 대화가 어떻게 끝날지 대부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왜 항상 그래?”, “당신은 도대체 하는 게 뭐야?”처럼 ‘당신’으로 시작하는 비난은 남편의 마음에 방어벽부터 세우게 만듭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나는 당신이 늦게 오면 걱정되고 서운해요. 미리 연락해 주면 좋겠어요”처럼 ‘나’의 감정과 구체적인 부탁으로 시작하면 남편이 받아들일 수 있는 문이 열립니다.
비난은 상대를 바꾸지 못하지만,부드러운 시작은 상대를 움직인 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넷째, 남편의 침묵과 대화의 타이밍을 존중하세요.
갈등 상황에서 많은 남편들이 입을 닫고 돌아서는 모습을 봅니다.
아내 입장에서는 회피처럼 보여 더 화가 나지만, 연구에 따르면 남성은 갈등 중에 심장 박동이 급격히 올라가는 ‘감정의 홍수’ 상태에 더 쉽게 빠지고, 그 상태에서는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때 몰아붙이면 대화가 아니라 전쟁이 됩니다. 남편이 지쳐 있거나 감정이 격해진 순간을 피해서, 서로 여유 있는 시간을 골라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그리고 대화 중 분위기가 격해지면 “우리 잠깐 쉬었다가 다시 이야기해요”라고 멈추는 것도 지혜입니다. 잠시의 침묵은 단절이 아니라, 더 좋은 대화를 위한 쉼표입니다.
물론 대화는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남편에게도 배워야 할 몫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먼저 방법을 바꾸면 상대도 달라지기 시작하는 것이 부부 관계의 신비로운 일입니다.
오늘 소개한 네 가지 중 한 가지라도 이번 주에 실천해 보세요. 작은 변화가 쌓여서, 말이 통하는 부부,마음이 통하는 부부가 되어 갈 것입니다.

성소영 임상심리학 박사
ssung0191@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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