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효교수의 한국사람 사는 이야기]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인 지금,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일까, 아니면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일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질문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지만, 오늘날 세계는 노화를 늦추고 건강수명을 늘리는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미래 산업의 키워드는 인공지능(AI)도, 반도체도 아닌 ‘장수(Longevity)’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오래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느냐’가 새로운 경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인 미국의 ‘애플(Apple)’은 더 이상 스마트폰 회사만이 아닙니다.
애플워치는 심박수와 심전도, 혈중 산소포화도, 수면 패턴 등을 지속적으로 측정하며 사용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기기로 발전했습니다.
실제로 심장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병원을 찾았고 생명을 구했다는 사례가 세계 각국에서 소개되면서, 애플워치는 ‘시계’가 아닌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기업이 건강을 관리해 주는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는데, CJ올리브영은 과거 화장품을 판매하는 드럭스토어였지만,최근에는 건강기능식품과 이너뷰티 제품을 핵심 성장 분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홍삼, 유산균,단백질, 비타민은 물론 혈당 관리와 수면 개선, 체지방 관리 제품까지 다양한 건강 카테고리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까지 건강기능식품을 일상적으로 구매하면서 ‘건강은 아플 때 챙기는 것’이 아니라 ‘미리 투자하는 것’이라는 소비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대표적인 장수산업 국가인데,.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간병 로봇, 재활 로봇, AI 돌봄 서비스 등을 빠르게 상용화하고 있습니다.
혼자 사는 고령층을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과 대화형 AI 서비스는 단순한 편의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고령화가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만든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관광산업도 변화하고 있는데, 태국은 전통적인 관광국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건강검진과 휴양을 결합한 의료관광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습니다.
치료와 관광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세계 각국의 방문객을 끌어들이며 새로운 관광 경쟁력을 만들어냈습니다.
여행의 목적도 ‘많이 보는 여행’에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여행’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장수산업은 의료 분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식품, 화장품, IT, 금융, 관광, 스포츠, 주거까지 거의 모든 산업이 장수경제와 연결되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조사기관들은 향후 장수 관련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도 관련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과 IT 인프라, K-뷰티와 K-푸드,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다면 글로벌 장수산업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AI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와 맞춤형 영양관리, 디지털 헬스케어는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분야로 평가받습니다.
한 사례로 국내 의료 AI 기업 ‘Lunit’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폐암과 유방암 등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며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재 65개국 이상, 1만여 개 의료기관에서 ‘루닛’의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고,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 성공률을 높여 건강수명 연장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는 장수산업이 ‘질병 치료’를 넘어 ‘질병 예방과 조기 발견’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중요한 것은 장수산업이 특정 연령층만을 위한 시장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20대는 미래의 건강을 위해 운동과 영양에 투자하고, 40~50대는 건강검진과 기능성 식품을 찾으며, 시니어는 건강한 노후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건강은 더 이상 병원에서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꾸준히 투자하는 자산이 된 것입니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고령화는 분명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장수산업은 이미 시작됐지만, 이제 필요한 것은 이 거대한 변화를 위기가 아닌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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