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관련주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가 글로벌 투자심리를 읽는 핵심 선행지표로 떠오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거 주변부 시장으로 평가받던 한국 증시가 이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흐름을 중심으로 전 세계 반도체주와 AI 관련주의 투자 방향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런던과 뉴욕, 도쿄의 주요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는 거래를 시작하기 전 코스피 흐름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새 일상이 됐다. 오르투스 어드바이저스의 앤드루 잭슨 일본 주식전략 책임자는 올해 초 20여 년 투자 경력에서 처음으로 코스피 차트를 핵심 관찰 대상으로 추가했다고 밝혔다. HSBC의 헤럴드 반 데어 린데 아시아·태평양 주식전략 책임자도 한국 시장이 “모든 회의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런던의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하니 레다는 “이제 우리는 모두 한국 투자자”라며 “매일 아침 한국 증시를 통해 AI 투자심리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이 마감한 뒤에는 뉴욕 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와 한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로 관심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한국 투자심리가 24시간 글로벌 시장에 반영되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흔들리면 나스닥도 출렁…상관관계 2년 만에 최고 수준
이 같은 영향력은 최근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AI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진 지난 13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9% 가까이 급락했고, 이후 약세는 미국 증시로 확산됐다. SK하이닉스 ADR도 9.3% 하락하며 주요 반도체주 전반의 약세를 이끌었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코스피와 나스닥100지수의 60일 상관계수는 0.46으로 최근 2년 사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최근 5년 평균인 0.16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반 파인세스 티그리스파이낸셜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한국은 사실상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동일한 변동성 생태계에 편입됐다”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코스피가 이제 미국 AI와 반도체 관련 위험을 보여주는 장전(pre-market) 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더 이상 멀리 떨어진 부차적 신흥시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증시가 약세를 보일 때 글로벌 시장의 반응은 더욱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하락 국면에서 나스닥100지수가 코스피 움직임에 반응하는 민감도는 지난 7일 기준 1990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높아졌다.
다만 한국 증시의 높은 변동성은 한계로 지적됐다. 코스피는 6월 고점 이후 25% 하락하며 시가총액 약 1조달러가 줄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레버리지 거래가 주가 변동성을 키우면서 코스피가 세계 주요 주가지수 가운데서도 변동성이 큰 시장 중 하나가 됐다고 진단했다. 고바야시 지사 UBS 스미트러스트웰스매니지먼트 일본 주식전략가는 “레버리지 거래에 따른 변동성이 큰 비교적 미성숙한 시장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주가가 펀더멘털에서 괴리될 수 있어 매매 판단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한국 증시가 AI 산업의 핵심 기업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심리를 가장 먼저 반영하는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세계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주목하는 시장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서울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