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벨 매장서 시작된 집단감염, 27개 주로 확산
섭씨 70도(화씨 158도) 이상 가열해야 확실히 사멸
세척, 염소 처리, 식초, 냉동으로도 제거되지 않아
미국에서 설사를 유발하는 기생충 사이클로스포라(Cyclospora) 집단감염 사태가 대형 농산물 공급업체의 전국적 리콜로 번지며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34개 주에서 약 7,000건의 확진 사례가 나왔으며, 이 중 1,644건이 인디애나·켄터키·미시간·오하이오·웨스트버지니아 5개 주 타코벨 매장과 직접 연관돼 확인됐다. 발병 시기는 지난 5월 13일부터 7월 13일까지로, 94명이 입원했으나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CDC 사이클로스포라 발병 조사).
미시간주가 가장 피해가 컸다. 4,300건 이상의 감염 사례와 102명의 입원 환자가 보고됐으며, 1,000건 이상의 환자 인터뷰를 통해 양상추·샐러드용 채소가 공통적으로 지목됐다 (보스턴글로브). 사이클로스포라는 감염 후 약 1주일 뒤 증상이 나타나고, 검사로 집단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데 최대 6주가 걸릴 수 있어 실제 감염자는 발표된 수치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ZD넷 코리아).
원인 규명…멕시코산 양상추 단일 공급업체로 좁혀져
FDA의 유통 경로 추적조사 결과, 문제가 된 타코벨 매장들에 채 썬 아이스버그 양상추를 공급한 단일 업체가 확인됐다. 바로 대형 농산물 유통업체 테일러팜스(Taylor Farms)의 멕시코 자회사, 테일러팜스 데 멕시코(Taylor Farms de Mexico)다. FDA가 190건의 타코벨 관련 사례를 식품별로 분석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아이스버그 양상추를 먹었다고 답했다 (FDA 발병 조사 보고서).
이에 따라 테일러팜스는 지난 17일, 멕시코 중부(과나후아토)에서 공급받은 아이스버그 양상추 전량을 미국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철수시켰다. 회사 측은 FDA가 지목한 오염 원인이 미국 전체 아이스버그 양상추 공급량의 1% 미만에 불과한 특정 독립 농장이라고 밝혔으나, 해당 지역 전체 물량을 무기한 회수하기로 했다 (테일러팜스 성명). 리콜 대상 채 썬 양상추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앨라배마·아칸소·플로리다·조지아·일리노이·텍사스 등 27개 주의 식당, 월마트, 시스코 등 식품유통업체에 공급된 물량이다 (연합뉴스).
한편 FDA는 이번 목표 수입 감시(targeted import surveillance) 과정에서 테일러팜스 데 멕시코가 공급한 채 썬 아이스버그 양상추 샘플에서 실제로 사이클로스포라 양성 반응을 확인했다고 19일 발표했다. 다만 이 양성 물량은 기존 리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은 별도 로트(lot)로, 현재 유통 여부를 추적 중이며 해당 물량은 압류된 상태다 (FDA 5개 주 발병 조사).
기업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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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벨: 지난 17일 모든 매장에서 양상추 사용을 중단하고, 문제 공급업체 제품을 전국 공급망에서 무기한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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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인 더 박스: 텍사스·오클라호마·루이지애나 매장의 양상추를 다른 공급처 제품으로 24시간 내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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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예방 차원에서 마켓사이드(Marketside) 브랜드 양상추 샐러드 제품 4종 리콜. 8oz·16oz 채 썬 양상추와 12oz·24oz 아이스버그 샐러드가 대상 (Pritzker Hageman 법률사무소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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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집단감염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CDC와 FDA가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힘 (연합뉴스)
핵심 쟁점: “양상추 자체 문제”가 아니라 “물 관리 부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양상추라는 작물 자체가 아니라, 대규모 재배·가공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 관리 부실로 보고 있다.
사이클로스포라는 인분에 오염된 물이나 식품을 통해 전파되는 기생충으로, 전 FDA 식품안전 책임자 프랭크 얀나스는 “물이 병원균을 농작물로 옮기는 통로 역할을 하는데, 그 위험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사추세츠대 식품과학자 매튜 무어 교수는 “오염된 관개수가 작물에 사용되는 것이 발병 확산의 대표적 경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데일리 헤럴드). 미국 농작물 관개수의 약 45%가 지표수인데, 이는 누수된 정화조나 하수시설에 오염되기 쉬운 물이다 (Neal K. Shah 분석).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테일러팜스가 이미 2019년 업계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이 위험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회사는 “노출된 지표수원(open source irrigation water)”이 병원균 서식·전파의 위험 요인이며, 살균 처리 없는 물을 살수식 관개에 사용하면 병원균 증식에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밝히고, 2019년 5월부터는 개방 수원을 처리한 재배업체에서만 잎채소를 공급받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테일러팜스 업계 서한). 그러나 이번 사태는 그 약속이 멕시코 현지 농장 단위에서 충분히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물 오염설이 아직 100%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관개수 샘플에서 직접 사이클로스포라 양성 반응이 나온 적은 없으며, 미시간주 당국은 여전히 양상추 자체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2013년 테일러팜스 관련 사이클로스포라 발병(아이오와·네브래스카) 당시 FDA 환경조사에서도 5개 농장의 관개수 샘플은 모두 음성이었던 반면, 가공 공장에서 재활용되는 세척수(recycled wash water)가 교차오염 위험 지점으로 지목됐다. 사이클로스포라는 염소 등 일반 살균제에 강한 저항성을 지녀, 오염된 원료가 세척수에 한 번 들어가면 대량의 다른 제품으로 병원균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조사의 결론이었다 (FDA 2013 환경평가 보고서).
반복되는 테일러팜스 리스크
테일러팜스는 이번이 사이클로스포라 관련 첫 사고가 아니다. 2013년에는 25개 주 631명이 이 회사 샐러드 믹스로 인해 감염됐고, 당시 아이오와·네브래스카 환자들은 올리브가든·레드로브스터 등에서 해당 제품을 섭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2024년에는 대장균(E. coli) 집단감염과 관련해 법률사무소들로부터 테일러팜스 캘리포니아 공장이 오염원으로 지목되는 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관련 뉴스 영상). 대형 유통업체가 여러 패스트푸드 체인·마트에 동시에 공급하는 구조적 특성상, 한 곳의 물 관리 부실이 수개 주·수백 개 매장으로 순식간에 퍼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 행동 지침
CDC는 인디애나·켄터키·미시간·오하이오·웨스트버지니아 소재 타코벨 매장에서 판매된 채 썬 아이스버그 양상추, 그리고 리콜 대상 마켓사이드 브랜드 제품을 섭취하지 말고 즉시 폐기하거나 구매처에 반품하라고 권고했다 (CDC 리콜 공지). 사이클로스포라는 세척, 염소 처리, 식초, 냉동으로도 제거되지 않으며 섭씨 70도(화씨 158도) 이상 가열해야 확실히 사멸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