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끝났다. 축구광은 아니지만 월드컵만큼은 챙겨 본다. 하이라이트로 골 장면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막상 끝나니 허전하다.
사실 우리 국민에게 이번 월드컵은 이미 한 달 전 남아공에 지면서 끝났다.
본선에 오른 나라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고 아쉽기만 했다.
조별 리그 탈락 이후 축구협회 지도부와 감독을 향한 원성이 높다. 손흥민·이강인을 비롯해 역대 최고 개인 기량의 선수들을 모아놓고 어찌 이런 최악의 성과를 냈느냐는 거다.
이렇게 우수한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 왜 최악의 성적을 낸 걸까.
개인 역량의 총합이 조직 역량은 아니다. 요즘 기자들도 대부분 인공지능(AI)을 활용한다. 자료를 정리하고, 초안을 잡고, 반복적인 작업을 손쉽게 처리한다. 기자 개인은 시간을 벌고 체감 생산성도 올랐다고 말한다.
그런데 개인의 속도가 빨라진다고 조직 전체의 흐름까지 저절로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게 언론사라는 조직의 성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보도 품질이 나아졌다거나, 오보가 줄었다거나, 독자 신뢰도가 올랐다는 소식은 없다. 오히려 데스크가 걸러내야 할 오류가 늘었다는 하소연이 뉴스룸 안팎에서 들린다.
이는 비단 언론사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도입한 기업의 95%가 유의미한 재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전미경제연구소에 실린 한 연구는 4개국 임원 6000여 명을 조사했는데 응답자의 90%가 지난 3년간 AI가 생산성에 거의 기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는 결과를 소개했다.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는 AI 코딩 도구를 쓴 쪽이 작업 속도가 55.8% 빨랐지만 정작 제품 출시 주기는 단축되지 않았다. 코딩 후 검토와 승인·배포라는 조직의 병목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이용자를 직접 상대하는 서비스일수록 이 병목은 더 위험하다. 고객 불만 처리 서비스에 AI를 성급하게 적용하면서 고객 경험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언론사도 다르지 않다. 기사 작성 속도는 빨라졌어도 팩트체크와 데스킹·편집 체계가 예전 그대로라면 조직의 산출물은 달라지지 않는다. 개인의 효율이 조직의 시스템에 통합되지 못한 채 각자의 서랍 속에 머무는 일종의 ‘그림자 AI’인 셈이다.
이번 월드컵의 안타까운 결과는 감독의 역량을 제대로 검증하고 보완하지 못한 축구협회의 시스템 부재에서 비롯됐다. 무능과 무책임이 초래한 예상된 결과였다.
현재 언론사가 처한 현실도 비슷하다. 기자 개인의 AI 활용 역량에만 기대고 있을 뿐 뉴스룸 차원의 시스템은 준비되지 않았다. 기술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화 중인데 시스템은 그대로다.
어느 단계에 어떤 방식으로 AI를 투입하고 데스킹과 검증 구조를 혁신할지, 최종 판단과 책임의 주체를 어떻게 가져갈지 뉴스룸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AI 활용을 기자 개인의 ‘개인기’에만 떠맡긴 채 뉴스룸 전체의 시스템 혁신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놓고도 최악의 결과를 낸 이번 월드컵의 참사를 언론사들도 똑같이 되풀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재민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