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압 정상이어도 시신경 손상돼 녹내장
초기 자각 증상 없고 말기엔 ‘터널 시야’
고도근시·당뇨병 있으면 정기 검진 필수
녹내장 환자가 4년 만에 약 18% 증가했다. 녹내장은 눈에 들어온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안과 질환으로,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31일(한국시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녹내장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21년 약 108만 명에서 2025년 약 127만 명으로 4년 새 17.6%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안압이 높아야 녹내장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선 안압이 정상 범위에 있는데도 시신경 손상이 생기는 ‘정상안압 녹내장’도 흔하다. 국내 전체 녹내장 환자의 70~80%가 정상안압 녹내장에 해당할 정도다. 이 질환은 시신경 혈류 이상과 유전적 소인, 고도근시 같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박지혜 고려대 안산병원 안과 박지혜 교수는 “건강검진에서 안압이 정상으로 측정됐다는 이유로 녹내장이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고 시신경과 망막신경섬유층, 시야 상태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내장의 가장 큰 문제는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주변 시야부터 서서히 손상되는 데다, 양쪽 눈이 서로의 시야 결손을 보완하기 때문에 초기에 시야 변화를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갈 때 발을 헛디디거나 운전 중 주변 차량을 뒤늦게 발견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낄 때는 이미 질환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가 많다. 말기에는 주변 시야가 크게 줄고, 중심부 시야만 남는 ‘터널 시야’가 나타날 수 있다.
녹내장은 보통 천천히 진행되지만, 급성 폐쇄각녹내장은 갑작스러운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급성 폐쇄각녹내장은 방수(눈 안을 채우고 있는 맑은 액체)의 배출 통로인 전방각이 갑자기 좁아지면서 방수 배출이 막혀 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질환이다. 심한 눈 통증과 충혈, 시야 흐림이나 시력 저하가 생길 수 있으며 두통과 메스꺼움, 구토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녹내장 치료는 이미 손상된 시신경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안압을 낮춰 추가 손상을 막고 남은 시야를 오랫동안 보존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환자가 느끼는 특별한 불편감이 없거나 검사에서 안압이 정상으로 측정되더라도 처방받은 약을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박 교수는 “녹내장은 일찍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시신경 손상과 시야 결손의 진행을 늦추고 남은 시야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며 “특히 40세 이상이거나 안압이 높은 경우, 녹내장 가족력, 고도근시, 당뇨병 같은 위험 요인이 있다면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