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센테 블러바드, 6월에 이어 8월에도 침수
2일 새벽 4시 48분, 로스앤젤레스 베벌리 그로브 지역 산비센테 블러바드와 린덴허스트 애비뉴 교차로에서 8인치 주철 수도관이 파열되며 도로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이 구간은 린덴허스트~올랜도 애비뉴 사이가 전면 통제됐고, 인근 주택·상가 10곳의 수도 공급이 끊겼다. 복구는 이날 오후 2시 30분경 완료될 예정이라고 LA수도전력국(LADWP)은 밝혔다.
그런데 이번 사고 지점에서 불과 두 블록 떨어진 산비센테 블러바드 500번지 일대에서는 지난 6월 8일에도 거의 동일한 위치에서 수도관이 터졌다(CBS LA). 같은 도로, 같은 동네에서 두 달 사이 두 차례 파열이 반복된 셈이다. 그럼에도 LADWP는 이번에도 “원인은 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루 3~4건은 정상” — 되풀이되는 책임 회피성 답변
LADWP가 최근 반복되는 파열 사태에 내놓는 공식 입장은 한결같다. “우리 시스템은 하루 평균 3~4건의 수도관 파열이 발생하며, 이는 정상 범위 안에 있다”(LADWP 공식 발표)는 것이다. 지난 7월 웨스트할리우드 대형 파열 이후 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자 LADWP 측은 “전국 평균보다 36% 낮은 누수율”이라는 통계를 근거로 내세우며 사실상 문제를 축소했다(뉴욕포스트).
하지만 이런 “통계적 정상화” 화법은 실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12일 동안 LA에서만 최소 4건의 대형 파열이 발생해 주택과 사업장이 침수되고 차량 수백 대가 파손됐다(World Socialist Web 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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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웨스트할리우드 선셋 블러바드, 1916년 설치된 110년 된 36인치 트렁크라인 파열, 1,700만 갤런 유출, 차량 150~200대 파손 (LA타임스, 뉴욕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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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 산타모니카 블러바드/로럴 애비뉴 6인치관 파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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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일: 멜로즈/로버트슨 인근 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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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 페어팩스 지구, 8인치 주철관 파열로 싱크홀 발생 (뉴욕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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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일: 베벌리 그로브 산비센테 블러바드 (금번 사고)
한 주민단체 활동가는 “LADWP는 매번 ‘조사 중’이라고만 답할 뿐, 왜 같은 동네에서 반복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ABC7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파열된 선셋 블러바드 구간에서 12년 전에도 반 마일 떨어진 지점에서 대형 파열이 있었지만, LADWP는 “해당 라인이 파열 이력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직접 답하지 않고 다시 통계 홍보 자료만 내놓았다.
방치된 인프라, 뒷전이 된 시민 안전
전문가들은 LADWP의 낙관적 통계 뒤에 숨겨진 실상을 지적한다. LA 상수도관의 30% 이상이 설치 80년을 넘겼고, 트렁크라인의 11%는 100년을 초과했다(LA타임스). 그런데도 LADWP는 연간 약 45마일(전체 7,400마일의 1% 미만)만 교체하고 있어, 전체 관망을 한 바퀴 교체하는 데 150년이 걸리는 속도다. 지난 회계연도에는 목표치(1만7,600피트)에도 못 미치는 1만1,500피트만 지진저항관으로 교체했다(ABC7).
더 심각한 것은, 이번 웨스트할리우드 파열관이 이미 “심각하게 노후화됐다”고 LADWP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교체 시점을 2031년으로 미뤄뒀다는 사실이다(Santa Monica Observer). 알면서도 손 놓고 있다가 결국 1,700만 갤런의 물이 주민들의 집과 차량, 상가를 덮친 뒤에야 응급 대응에 나선 셈이다.
캐런 배스 LA 시장과 니티아 라만 시의원 등은 “인프라가 너무 낡았다”는 원론적 발언만 반복했을 뿐, 왜 위험 등급이 높다고 분류된 배관들의 교체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계속 뒤로 밀리는지에 대한 구체적 해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NBC LA).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
파열 사고의 뒷수습은 결국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웨스트할리우드 사고 이후 LA카운티 보안관국은 피해 주택·상가를 노린 절도·사기 범죄를 우려해 별도 순찰 인력까지 투입해야 했다(뉴욕포스트). 지하 주차장이 침수돼 차량 수십 대가 진흙과 오물로 뒤덮인 피해자들은 LADWP의 배상 청구(claims) 절차를 직접 밟아야 하는 처지다.
오늘 새벽 다시 물바다가 된 산비센테 블러바드의 주민들도 마찬가지 상황에 놓였다. 두 달 전과 똑같은 도로에서, LADWP의 답변도 “원인 조사 중”으로 똑같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통계 수치가 아니라, 왜 같은 곳에서 반복되는지에 대한 진짜 설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