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벽,
닭이 울기 전에는
당신이 떠난 것을 모르렵니다
사랑니를 앓던 여인의
남아있는 부끄러움으로는
그녀의 볼을 붉힐 수 없듯
버키며 함몰해 가는 만큼의 시간이
온전히 그대의 것일 수 만은 없습니다
불쑥 덮어버린
꼬리없는 싯구처럼
그대를 잊고 싶지 않기에
기다리는 사람없이
기다리는 일에 익숙해져야 겠지요
문득 웅성거림에
고개를 들면
내게로 다가오던 그대가
햇살 속 먼저로 날립니다
내게 다시 돌아오리라
믿지 않는 그대여
여기 있으렵니다
이 새벽,
제가 울기 전에
당신은 제게 올 수 없습니다
햇살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그대가 나를 떠난 후 부터입니다
작은 메모: 사랑에 빠진 이들 혹은 이별을 하게 된 이들에게 서로는 신적인 존재 이상일
때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런 감정은 더 어리고 젋은 이들에게 간절하게 나타납니다.
필자는 젊은 시절, 사랑을 할 때도 사랑을 잃을 때도 무던히 그런 감정이 전하는 아픔을
오히려 그리워할 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잠 못 이루던 날 속에서 맞이하던 새벽의
무기력함은 다시 독한 마음으로 상대편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바람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랑을, 어떤 이별을 기억하십니까?

김준철 (treeandmoon2022@gmail.com)
현)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비영리문화예술재단『나무달』대표.
『시대문학』 시부문 신인상,『쿨투라』 미술평론 신인상 수상, 쿨투라 해외문화상
수상.
시집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바람은 새의 기억을 읽는다』『슬픔의 모서리는
뭉뚝하다』, 전자시집 『달고 쓰고 맵고 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