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경쟁을 좋아한다. 초중고는 말할 것도 없고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살인적인 시험 지옥에 시달려야 한다. 대학을 나와서도 취직과 승진을 향한 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경쟁에 시달렸으면 지칠 법도 한데 그렇지가 않다. 음악은 원래 편안하게 감상하는 것이 정상일 것 같은데 한국의 인기 음악 프로는 모두 경연이다. 이긴 쪽은 이겼다고 눈물, 진 쪽은 졌다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그래야 시청률이 올라간다. 그러다 보니 음식 만드는 것도 경연, 여행지 소개도 경연, 벼라별 경연 프로그램이 다 나온다.
이런 경쟁 의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빨리 빨리’ 정신이다. 모든 것을 남보다 빨리 빨리 처리해야지 속도가 느린 것은 못 참는다. 이런 경쟁 의식과 ‘빨리 빨리’ 정신이 잘 나타나고 있는 곳이 한국 주식 시장이다. 한국의 주식 회전율은 연 200%로 중국과 터키에 이어 3위다.
이 와중에 이재명 정부는 한국 주가 지수인 KOSPI가 원래 목표치인 5000을 넘어 9000으로 가자 한국 증시의 양대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단일종목으로 하는 ETF를 출범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이들 주식이 오르고 내릴 때 그보다 배로 움직이는 레버리지 펀드까지 만들었다.
한국은 삼전과 하이닉스가 전체 주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절반에 달한다. 미국도 ‘황야의 7인’(Magnificent 7)으로 불리는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아마존, 테슬라 등 7개 주식이 전체 주식 가치의 30%에 달해 과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주식 시장 규모가 미국의 1/15인 5조 달러에 불과한 한국이 이 두 주식에 레버리지까지 걸린 펀드를 허용했다는 것은 시장 전체를 도박장으로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라스베가스 2024년 1년 매출은 315억 달러, 순이익은 1억5천만 달러인데 한국 주식 하루 거래량이 300억 달러다. 라스 베가스 1년 매출에 달하는 돈이 매일 한국 주식판에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는 부동산은 불로 소득이라며 중과세 엄포를 놓으면서 주식으로 번 돈은 착한 돈인 것처럼 주식 투자를 부추겼다. 부동산 양도세율은 절반에 달하지만 주식은 개인의 경우 양도세가 아예 없다. 똑같이 일하지 않고 버는 돈인데 이처럼 두 소득을 차별하는 나라는 한국뿐일 것이다.
한국 정부의 주식 투자 장려와 국민들의 한탕주의가 맞물리면서 한국 증시의 올해 변동성은 61%로 단연 세계 1위다. 1997년 IMF 사태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보다 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변동성이 심해도 주식이 계속 올라주면 별 문제가 없다. 올 초 4000대이던 KOSPI는 6월 말 9000을 넘어서며 수익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러자 온갖 언론과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반도체 호황은 계속될 것이라며 1만 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을 연일 내왔다. 전형적인 꼭지를 알리는 신호였다.
주식이 떨어져도 갖고만 있으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지만 강제 매매를 당하면 그런 기대도 사라진다. 레버리지 ETF의 경우 주가가 어느 한도 밑으로 떨어지면 투자가는 돈을 더 내라는 마진콜을 받는다. 이를 받고 대지 못하면 강제 매매를 당하게 된다.
미국 데이터 분석업체인 언유주얼웨일스에 따르면 한국에서 36만건 이상의 계좌가 강제 매매를 당했으며 이중 62%가 경험 없고 돈없는 30대 개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마진 대출 잔액도 6월 24일 38조에서 7월 15일 34조원으로 줄어들었다.
삼전과 하이닉스 모두 최고치에서 40%이상 떨어진 상태인데 고점에서 2배 레버리지 펀드를 산 사람들은 지금 80%의 원금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장인이 넘쳐나고 있다.
주식 시장은 손쉽게 아무나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아니며 모든 사람이 주식 열풍에 휘말렸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한국 주식을 샀어야 할 때는 2년전 16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며 2500을 오르내릴 때였지만 그때는 아무도 이를 권하지 않았다. ‘사는 사람이 주의하라’(caveat emptor)라는 서양 격언이 새삼 떠오른다.
<민경훈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