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반포 고령 집주인 1.2만명…稅부담에 매도·보유 놓고 고심

압구정신현대 아파트 전경

부동산 세제개편안 후폭풍
공제상한 감소로 보유세 부담 커져
현금 흐름 부족 고령자 더 큰 압박
재건축 기대감 관망세 우세하지만
내년 4~5월 과세 기준일이 분기점

서울의 대표적 부촌인 압구정·반포 지역의 주택 소유자 중 70대 이상의 고령자가 1만2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소유자 5명 중 1명꼴이다. 정부가 보유세를 대폭 강화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손질하면서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 은퇴 이후 현금흐름이 부족한 고령층을 중심으로 매물이 점진적으로 출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부동산등기 소유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말 기준 압구정동과 반포동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 소유자 가운데 70대 이상은 총 1만2083명으로 집계됐다.

압구정동 70대 보유자는 3766명으로 전체의 23.3%, 반포동은 8317명으로 22.1%를 차지했다. 두 지역 모두 집합건물 소유자 5명 중 1명 이상이 70대 이상인 셈이다.

60대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커진다. 압구정동과 반포동의 60대 이상 집합건물 소유자는 총 2만3251명으로 늘어난다.

전체 소유자 가운데 60대 이상 비중은 압구정동 45.5%, 반포동 42.3%로 두 지역 모두 10명 중 4명 이상이 60대 이상이었다.
해당 통계는 집합건물 기준이지만 압구정동과 반포동은 대부분의 주거지가 대단지 아파트로 구성돼 있어 초고가 아파트 소유자의 연령 분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이들 지역은 최근에도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며 보유자산 가치가 크게 불어났다.

압구정 신현대 전용 183㎡는 최근 105억 원에 거래됐고, 압구정현대 6·7차 157㎡도 79억2000만 원에 손바뀜했다.
반포동에서는 아크로리버파크 84㎡가 5월 56억 원, 래미안원베일리 84㎡가 같은 달 59억 원에 각각 최고가를 기록했다.
소유자들은 집값 상승으로 자산 규모가 커진 반면 매년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보유세 부담도 함께 늘어나게 됐다.

특히 나이가 많은 초고가 주택 소유주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번 세제 개편의 영향이 이들에게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변경 전 제도에서는 70세 이상이면서 주택을 15년 이상 보유한 1세대 1주택자는 종합부동산세 산출액의 최대 80%를 공제받을 수 있었지만 개편안은 장기보유 공제를 장기거주 공제로 전환하고, 공제액에도 2027년 800만 원, 2028년 이후 600만 원의 상한을 둔다.
이에 따라 압구정·반포처럼 산출세액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초고가 주택은 장기 실거주라도 기존처럼 세액의 80%를 모두 공제받지 못하고, 한도를 넘는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특히 은퇴 후 근로 소득 등 현금 흐름이 부족한 고령자의 경우 세액 증가분은 더 큰 압박이 될 수 있다.

매각 단계의 양도소득세 부담도 커진다. 정부는 공제율과 별도로 장기거주소득공제가 적용되는 양도차익의 한도를 2028년 20억 원, 2029년 이후 10억 원으로 제한한다.

가령 압구정현대4차 117㎡을 2016년 25억 원에 취득, 10년간 보유·거주한 뒤 올해 75억 원에 매도하면 공제액은 내년 33억6000만 원에서 2028년 20억 원, 2029년 10억 원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른 산출세액은 각각 3억1600만 원, 9억2300만 원, 13억73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압구정·반포에서 수십 년 전 주택을 매입해 장기간 보유한 고령층은 양도차익이 50억~60억 원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제도 시행 전후에 따라 세금이 수 억 원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다만 시장에서는 세금 부담이 당장 대규모 매물 출회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압구정 일대에서는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 이후 추가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소유자가 많아 당장 매도에 나서기보다는 제도 시행 시점까지 상황을 지켜보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설명이다. 
압구정신현대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70~80대 장기보유자들이 ‘언제 파는 것이 가장 유리하냐’는 상담을 많이 한다”면서도 “재건축 기대감이 워낙 커 쉽게 매도 결정을 내리지는 못한다.
과거 먼저 팔았다가 이후 집값이 크게 오른 사례를 본 만큼 내년까지는 보유하다가 매도 시점을 판단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포 일대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아크로리버파크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보유세 부담으로 기존부터 매도를 고민하던 고령층은 있었지만 아직 급매가 나온 상황은 아니다”라며 “결국 관건은 집을 파느냐보다 호가를 얼마나 낮춰 내놓느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종부세 과세 기준일을 앞둔 내년 4~5월이 첫 번째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종부세가 실제 3~5% 수준의 고율로 고지되면 은퇴자뿐 아니라 오랫동안 한 집을 보유·거주했지만 세금을 낼 현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까지 매도에 나설 수 있다”며 “내년부터 절세 매물이 출회돼 매수자의 협상력이 높아지고 일부 하락 거래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십수억 원 상당의 양도세를 내고 나면 기존과 비슷한 주택을 다시 사기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한강변 신축과 압구정 재건축 등 희소 주택이 소수 자산가의 트로피 자산으로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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