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육사가 또 쿠데타 할 수도… 사관학교 통합 신속히 하라”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 통일부, 국방부(병무청·방위사업청), 국가보훈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3번의 쿠데타 책임 물은 적 있나” 육사 직격
국군사관학교 창설 추진에 정치적 당위성 부여
“합동성 강화 차원”이라는 軍 설명과 달라 논란
‘빈총 경계’에는 “창고에 화살 없을 수도” 질타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육·해·공 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 창설 문제와 관련해 “쿠데타를 무려 세 번 했던 중심이 육사(육군사관학교)인데, 한 번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육사 출신들이 군을 정치 세력화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통합 사관학교 추진에 힘을 실은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그간 사관학교 통합 명분으로 합동성과 미래전 대비라는 점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육사 지우기’ 의도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통일·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사관학교 통합 문제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있다는 점을 언급한 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군사 쿠데타가 몇 번 있었느냐”고 물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세 번 있었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다 육군에서 벌어진 일이고 육사 출신들이 한 일 아니냐”고 직격했다.

이어 “앞으로 (육사 출신이) 또 (쿠데타를) 할 수도 있다. 구조적으로 절대로 (못하게 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쿠데타)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한 “대다수 장병은 군인의 소명을 다하고 있는데 일부가 이런 용서 못할 짓을 벌인다. 그런 소지를 없애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국군사관학교 설치를) 신속하고 강력하게 빨리 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육사 출신을 중심으로 최근 번진 국군사관학교 창설 반대 여론을 상쇄하고 군 개혁에 동력을 보태기 위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민주주의를 위협해온 군사 쿠데타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라도 국군사관학교가 필요하다는 정치적 당위성을 부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보훈부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보훈부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국방부가 강조해온 국군사관학교 창설이 필요한 이유와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그동안 정책 설명회와 간담회 등을 통해 육·해·공군 간 합동성 강화와 인공지능(AI)·드론 이 활용되는 미래전에 대비하기 위해 국군사관학교가 필요하다고 역설해왔다. 12·3 불법 계엄 세력 청산 차원의 ‘육사 지우기’가 아니냐는 군 안팎의 의심도 부인해왔다.

이는 군국사관학교 설치가 ‘육사에 대한 보복’이라는 여론이 형성될 경우 반발 움직임이 더욱 커질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이날 이 대통령이 사관학교 통합 과제가 육사를 겨냥한 조치라고 공언하면서 반대 여론이 오히려 자극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최근 발생한 육군 전방부대의 ‘빈총(실탄 미장전) 경계 작전’ 논란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해당 부대는)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 ‘삽탄했다가 사고가 나느니 빼놓고 있다가 금방 끼우면 되지’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일상의 삶에서는 그 생각이 틀리지 않을 수 있지만 국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육군 1군단에서는 K6 중기관총 등에 실탄을 삽탄하지 않고 경계 근무를 해온 사실이 알려지며 군 기강 해이 비판이 일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가장 좋은 뽕나무 화살을 쓰던 군이 전쟁이 나지 않자 대나무, 갈대로 바꿔 썼다는 옛이야기를 소개하며 “군기 문제는 하나씩 후퇴하다 보면 나중에는 화살 창고에 화살이 한 개도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이 사용하던 공여지 반환 지연에 대해선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적극적인 대미 협상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평택기지를 우리가 엄청난 돈을 들여 다 지어줘서 입주했는데도 그 전에 비워주기로 한 곳을 아직 비우지 않은 곳이 많다”고 했다. 이에 안 장관은 “미군 측에서 대화에 임하는 자세가 약간 소극적인 측면이 있어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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