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뇌 건강 보충제 시장이 커지면서 은행잎 추출물의 실제 효과를 둘러싼 논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뇌 건강 관리는 필수 과제로 꼽히지만,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보충제를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신경과 전문의 제시카 슐츠 박사는 뇌 기능 개선과 치매·알츠하이머병 예방을 표방하는 보충제가 시중에 다수 유통되고 있지만 이 중 상당수는 효능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슐츠 박사가 특히 주의를 요구한 성분은 은행잎 추출물이다. 은행잎 추출물은 전통적으로 치매 개선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며 인지 기능 보호제로 기대를 모아왔으나, 실제 임상 데이터는 이러한 기대와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발표된 은행잎 기억력 평가 연구(GEM)가 꼽힌다. 이 연구는 미국 내 6개 대학병원에서 72~96세 성인 3069명을 대상으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진행한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 시험이다.
참가자들은 하루 두 차례 120㎎씩 은행잎 추출물 또는 위약을 복용했으며, 추적 관찰 기간은 평균 6.1년이었다.
연구 결과 기억력, 주의력, 시공간 능력, 언어, 실행 기능 등 모든 인지 영역에서 은행잎 추출물 복용군과 위약 복용군 사이에 연간 인지기능 저하 속도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2008년 발표된 이 연구의 1차 분석에서도 은행잎 추출물이 치매 증상이 없는 참가자의 알츠하이머병이나 전체 치매 발병률을 낮추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다만 모든 연구 결과가 일치하지는 않는다.
프랑스에서 65세 이상 3612명을 20년간 추적한 ‘파키드(Paquid)’ 코호트 연구에서는 은행잎 추출물을 복용한 그룹이 복용하지 않은 그룹보다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점수 저하 속도가 더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언어 유창성과 시각 기억력에서는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이처럼 연구 설계와 대상군에 따라 결과가 엇갈리면서 은행잎 추출물의 실효성에 대한 의학계 결론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 신경과 전문의 노아 로젠 박사도 은행잎 추출물이 인지 문제 개선 수단으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지만 연구 결과가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로젠 박사는 은행잎 추출물에 포함된 성분 중 뇌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부 성분은 여러 자연식품을 통해서도 섭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작용 가능성도 짚어야 할 부분이다.
슐츠 박사는 은행잎 추출물 섭취 시 알레르기 반응, 출혈 위험 증가,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두통, 메스꺼움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NCCIH)도 은행잎 추출물의 흔한 부작용으로 어지럼증, 위장 증상, 두통을 꼽았다. 특히 와파린 등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사람은 출혈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은행잎 추출물을 섭취하려는 경우 제품에 표시된 권장 섭취량을 지키고, 다른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사전에 의료진과 상담할 것을 권했다.
[서울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