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동물의 세계를 시청하다가 알게 된 한 동물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사바나에 사는 동물인데 사자도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동물이라고 합니다.
바로 몸길이 70센티미터에 몸무게는 10킬로그램 남짓한 이름도 귀여운 벌꿀 오소리입니다.
그런데 이 작고 귀여운 이름의 동물이 한때 기네스북에 ‘세상에서 가장 겁 없는 동물’로 올랐다고 합니다.
사자에게서 먹이를 빼앗고,코브라를 물고, 벌집을 통째로 부수며 사는 이 벌꿀 오소리를 보며 바로 이 동물 이야말로 ‘강철 멘탈’의 원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 동물을 강철 멘탈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벌꿀 오소리가 겁이 없어 서가 아니라, 오소리의 잘 설계된 몸의 단단함 때문이었습니다.
이 벌꿀 오소리의 몸은 우리가 마음을 관리하는 방식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벌꿀 오소리를 통해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을 지 생각해 보려 합니다.
1. 두꺼운 가죽보다 중요한 것은 ‘헐렁한’ 가죽입니다
벌꿀 오소리의 가죽은 두께가 6밀리미터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동물을 실제로 지켜주는 것은 두께가 아니라 헐렁함이라고 합니다.
가죽이 몸에 딱 붙어 있지 않고 옷처럼 헐렁하게 걸쳐져 있어서, 표범이 목덜미를 물어도 벌꿀 오소리는 제 가죽 안에서 몸을 거의 한 바퀴 돌려 상대를 되물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물린 것은 가죽이지, 몸이 아닌 거죠.
우리는 멘탈이 강한 사람을 흔히 ‘마음과 얼굴이 두꺼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처를 안 받는 사람, 무슨 말을 들어도 표정이 안 변하는 사람이요. 하지만 상담실에서 만나는 진짜 단단한 분들의 공통점은 두께가 아니라 헐렁함이었습니다.
남의 말과 자기 자신 사이에 약간의 여유 공간이 있습니다. “저 사람이 나에게 무례하게 굴었다”라는 생각과 “나는 무례하게 대해도 되는 사람이다” 사이에 틈이 있는 것입니다.
그 틈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여유 있게 잘 정리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인지적 탈융합’ 이라고 부릅니다. 떠오른 생각을 사실로 붙여버리지 않고,생각을 그저 생각으로 두는 능력입니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야”가 아니라 “나는 지금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한 걸음 떨어져 보는 것. 그 한 걸음이 바로 벌꿀 오소리 가죽의 헐렁함입니다.
2. 강한 사람은 안 쓰러지는 사람이 아니라, 다시 일어나는 사람입니다.
벌꿀오소리는 뱀에게 물리지 않는다고 알고 계신 분이 많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물립니다.
코브라에게 물립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벌꿀 오소리가 뱀에 물려 몸을 웅크린 채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쓰러진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세 시간 뒤에 툭툭 털고 일어나,자기를 문 그 뱀을 먹고 유유히 걸어가는 장면을 보여주었습니다. 회복 탄력성을 보여주는 놀라운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회복탄력성(resilience)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가 있습니다. 바로 회복탄력성은 상처받지 않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오해입니다.
그러나 회복 탄력성이란 쓰러진 뒤 다시 일어나기까지의 시간에 관한 것입니다.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강한 것이 아니라, 무너진 다음 날 아침에 밥을 챙겨 먹는 사람이 바로 회복 탄력성이 강한 것입니다.
3. 쏘일 것을 알면서도 가는 것, 그것이 용기입니다.
벌꿀오소리라는 이름은 꿀을 좋아해서 붙었다고 합니다.
벌집을 부술 때 이 동물은 수백 번 쏘입니다. 쏘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쏘이면서 간다는 것입니다.
불안을 다루는 심리학의 가장 확실한 원칙 하나가 여기 있습니다. 회피는 불안을 키운다는 사실입니다. 발표가 두려워 발표를 피하면 그날은 편합니다.
그러나 다음 발표는 더 두려워집니다. 어색해진 사람에게 연락을 미루면 오늘은 편합니다. 그러나 내일은 더 어렵습니다.
피할수록 대상은 커지고, 나는 작아집니다. 견뎌야 할 가치가 있는 고통이라면 회피하지 말고 직면하십시오.
4. 진짜 강한 멘탈은 ‘싸움을 고르는’ 능력입니다.
여기서 벌꿀오소리에 대한 가장 중요한 반전이 나옵니다.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설명에 이런 문장이 있다고 합니다.
‘벌꿀오소리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은 시작하지 않는다’입니다. 사자 한 마리와는 맞섭니다.
그러나 사자 무리를 만나면 도망칩니다. 무모해 보이는 이 동물은 사실 매 순간 계산하고 있습니다. 이 싸움은 붙을 것인가, 물러설 것인가.라고 말이죠.
제가 임상에서 본 번아웃의 가장 흔한 원인은 사람이 약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싸움에 다 응해서 였습니다. 가족의 모든 요구, 직장의 모든 부탁, 커뮤니티의 모든 기대. 하나하나는 감당할 만한데 전부 다 받으니 무너지는 것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저는 “더 강해지세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안 하실 건지 정하세요”라고 말씀드립니다. 거절은 나약함이 아니라 자원 관리입니다.
물러서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을 위해 남겨두는 것입니다. 벌꿀오소리가 살아남는 방식이 정확히 그렇습니다.
벌꿀 오소리처럼 건강한 강철 탈이 되는 그날까지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