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최연소 흑인 케임브리지대 교수 제이슨 아데이(41)가 사임 9일 만에 사망하면서 영국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자폐와 난독증을 극복, 세계 최고 명문대 교수가 된 그의 이력에 의문이 제기되자 케임브리지대 책임론도 불거졌다. 대학이 다양성 원칙을 내세우느라 임용 과정에서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표절 논란 직후 거센 비난을 받은 아데이가 인종 차별과 악의적 캠페인의 희생양이 됐다는 동정론도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아데이는 전날 오후 런던 남부에 위치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혐의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유가족은 이날 성명에서 “케임브리지대 교수직을 맡은 후 아데이는 그를 깎아내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이들로부터 3년 넘게 공격을 받았다”며 “온화한 성품을 가진 그에게 허위정보 확산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밝혔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여러모로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성찰해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37세에 최연소 흑인 교수
가나 출신 이민자 부모 밑에서 자란 아데이는 2023년 전 세계적 명문대인 케임브리지대 교육사회학 교수로 임용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당시 37세로 케임브리지대 역사상 최연소 흑인 교수였다. 영국 대학 교수진 가운데 흑인은 1%도 되지 않는다. 특히 그가 어린 시절 자폐를 앓았으며 11세까지 말을 못하고 18세까지 글을 읽거나 쓰지 못했다는 인생역정은 영국인들에게 귀감이 됐다.
그러나 지난달 케임브리지대 출신 학자인 네이선 코프나스가 자신의 뉴스레터에 아데이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흑인은 백인보다 유전적으로 지능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으로 유명한 코프나스는 2년 전 학교 측과 갈등으로 케임브리지대를 떠난 상태였다.
처음에 아데이를 옹호했던 학교 측이 5일 내부조사에 착수하자 그는 곧바로 사임했다. 당시 아데이는 “비판은 학문에서 불가피한 부분이지만 내가 겪은 일은 학문적 견해 차이를 훨씬 넘어섰다”는 입장을 밝혔다.
15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제수스 칼리지에서 문에 문장이 걸려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그의 사망은 영국 사회의 인종 다양성, 대학의 학자 임용 관행 등에 여러 과제를 남겼다.
파키스탄계인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이날 “아데이는 다른 사람이라면 겪지 않았을 악의적인 공개 망신주기의 희생자였다”며 “그의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아데이 임용 당시에도 허위 이력과 표절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다양성 확보에 혈안이 된 케임브리지대는 이를 묵살했다”며 “학문 진실성을 바탕으로 명성을 쌓아온 명문 대학은 지금 여러 비판에 직면했다”고 꼬집었다.
케임브리지대의 부실 검증이 부른 ‘아데이 사태’가 영국 사회 내 인종차별을 더 부추기고 유색 인종 학자들이 더 부당한 비난을 받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를린=정승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