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과 동선, 대사, 복장까지 계획
정씨 배우자 자작극 알고 허위 탄원
사건을 하루 이틀 앞둔 4월 25∼26일 정씨는 A씨에게 “관장님이 도와줄 일이 있다, 4월 27일까지 무조건 해야 한다”며 유세 중인 자신에게 음료를 던져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물은 색깔이 남지 않으니 녹차라테처럼 색깔이 남을 수 있는 것을 던져 달라”고 했고, 음료를 뿌릴 시점에 대해서도 “(내가) 명함을 줄 때 차량 창문을 내려 음료를 뿌려 달라”고 했다.
이들은 범행 장면을 더 극적으로 보이게 할 대사와 동선도 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음료를 던지면서 “어린 놈이 무슨 시장이냐”라고 말하면 인지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차량이 음료를 뿌리기 좋은 위치로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알려주고, A씨에게 다른 사람의 차량을 이용하고 모자를 착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도 했다.
A씨가 “해봐야 상해 정도 걸리겠네요”라고 하자 정 전 후보는 적발돼도 자신이 선처해 사건을 빨리 끝내고 “내가 다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당일인 4월 27일 오전 8시 6분쯤 A씨는 준비한 K5 렌터카를 타고 약속한 유세 현장에 나타나 계획대로 음료를 던졌다.
경찰이 A씨를 검거한 뒤에도 두 사람은 범행을 우발적인 사건으로 꾸몄다. 정씨는 경찰에 “A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고, A씨도 “후보가 너무 어려 보여 짜증 나 우발적으로 던졌다”며 진술했다.
정씨는 4월 29일 경찰서 유치장 면회에서도 A씨와 우발 범행이라는 취지의 말을 주고받았다. 정씨가 “충분히 우발적으로 하셨다 생각한다”고 하자 A씨는 “그날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우발적인 행동을 해 죄송하다”고 답했다.
정씨의 배우자는 남편에게서 이 사건이 자작극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고 A씨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직접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피의자가 제 남편과 비슷한 연배라는 소식에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 “저희 부부의 정직한 진심을 부디 깊이 살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적은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이 자작극으로 경찰관 18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확보·분석과 차량 추적, 현장 감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증거물 감정, 광범위한 탐문과 사건 관계인 조사 등을 벌였다. 국가정보원과 대테러협의회도 대응에 나섰다.
검찰은 정씨의 행위가 단순한 개인 간 폭행을 넘어 선거 과정과 공권력 행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정씨의 첫 공판은 다음 달 15일 열린다.
부산=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