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엔비디아 차세대 맞춤형 메모리 ‘NVHBM’의 핵심 파트너 지위를 선점했다.
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차세대 인공지능 컴퓨팅 시스템에 탑재될 7세대 HBM인 ‘HBM4E’ 8단 제품을 공동 개발 중이다. 당초 업계가 준비하던 12단, 16단을 넘어 SK하이닉스가 시도한 20단 초고적층 경쟁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전략이다.
엔비디아가 판을 바꿨다. 용량보다 속도를 선택한 것이다.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 제시한 HBM4E 속도 사양은 17∼18Gbps다. 삼성전자가 초기에 공개한 샘플 속도 14.4Gbps보다 20% 이상 높은 수치다. 이 제품은 엔비디아가 전날 공개한 차세대 독자 인터페이스 규격인 ‘NV링크’에 최적화된 NVHBM에 탑재될 예정이다.
왜 8단인가… “더 많이, 더 빠르게”
그동안 HBM 경쟁 공식은 단순했다. 4단에서 8단, 8단에서 12단으로 더 높이 쌓아 용량을 키우는 것이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20단 적층 기술까지 공개하며 ‘높이 경쟁’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층수가 높아질수록 D램 다이를 극한까지 얇게 갈아내야 하고, 쌓는 공정 난이도와 수율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엔비디아의 선택은 정반대다. 일부러 낮게 쌓는 8단을 채택해 제조 부담을 낮추고, 물량 공급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AI 시장을 옥죄고 있는 극심한 HBM 공급 부족을 뚫기 위한 고육지책이자, 새로운 해법이다.
줄어든 용량은 속도와 연결 규모로 만회한다. NVHBM이 처음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차세대 AI GPU ‘루빈 울트라’는 GPU 간 연결 규모를 기존 72개에서 최대 576개로 8배 확대한다. GPU 하나당 메모리 용량은 다소 줄더라도, 훨씬 빠른 HBM을 단 GPU 수백 개를 하나의 거대한 AI처럼 묶어 전체 연산 성능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승부처는 ‘커스텀’… 파운드리 가진 삼성이 유리
이번 판도 변화는 삼성전자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NVHBM은 단순한 D램 적층 제품이 아니다. D램 위에 올라가는 로직 기반의 ‘베이스 다이’ 설계와 생산 능력이 핵심이다. 메모리만 잘 만드는 회사는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삼성전자는 D램부터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까지 모두 갖춘 유일한 업체다. 설계부터 생산까지 일괄 대응이 가능한 ‘턴키’ 역량이 NVHBM 시대의 최대 무기가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HBM4에서 11Gbps 이상으로 업계 최고 속도를 입증한 만큼, 고적층 경쟁보다 속도 경쟁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20단을 쌓아 올리며 ‘기술 초격차’를 외친 SK하이닉스의 전략을,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의 동맹으로 정면 돌파한 모양새다. HBM 시장의 주도권이 ‘얼마나 높이 쌓나’에서 ‘얼마나 빠르게 만드나’로 넘어가고 있다.
출처 서울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