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축구대표팀 감독 기자회견
‘현대컵 2연패 첫 달성’ 이끌어
선수 몸상태·기량 꾸준히 관찰
권위 대신 따뜻한 소통에 무게
팀 조직력 앞에선 단호히 판단
“최종 목표는 월드컵 본선 진출”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아세안(ASEAN) 현대컵 2연패에 성공했다.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첫 이정표다. 이번 우승은 단순한 전력의 우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김상식 감독 특유의 ‘형님 리더십’이 선수단의 신뢰와 결속을 끌어올려 제2의 전성기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감독은 28일(한국시간) 한국 취재진과 가진 화상 기자회견에서 이번 우승의 원동력으로 ‘꾸준한 관찰’을 꼽았다. 그는 “감독으로서 선수들의 몸상태와 기량 등을 꾸준히 관찰하고 그 변화에 따라 순발력 있게 대처했던 게 이번 대회에서 정상에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꾸준한 관찰을 위한 김 감독의 리더십은 권위 보다 소통에 무게를 둔다. 선수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스킨십을 마다하지 않는다. 훈련과 생활 전반에서 마치 친형처럼 다가간다. 그는 베트남 특유의 정서인 ‘띵깜(정감)’을 바탕으로 선수들과 신뢰를 쌓았다. 김 감독이 베트남 선수들과 팬들로부터 ‘안(형) 상식’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유다. 김 감독은 “(안 상식이라는 애칭이)부담없이 자연스러운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며 “(선수들과)언어가 달라 소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최대한 선수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방향성을 간단하게 전달했는데, 이 부분이 잘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는 분명한 기준을 세웠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팀 조직력이었다. 팀의 기강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이면 스타 선수라고 하더라도 교체 아웃할 정도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싱가포르전에서도 김 감독 특유의 단호한 판단이 나왔다. 그는 간판 공격수이자 대회 최우수선수, 득점왕(5골)에 오른 응우옌 딘박(꽝남 FC)을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벤치로 불러들였다. 딘박이 앞선 동티모르전 결과(7-0 베트남 승)에 취해 제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감독은 “딘박은 팀에 해준 것이 많은 선수라 결정이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팀을 하나로 뭉쳐야겠다는 생각에 딘박을 교체하는 ‘충격 요법’을 시도했다”고 돌아봤다. 김 감독의 결단은 그대로 적중했다. 싱가포르전 이후 선수들은 하나로 뭉쳤고, 결승까지 단 한 번도 패하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대회 2연패를 거머쥐었다.
김 감독의 리더십은 박항서 전 감독이 보여준 ‘아버지 리더십’과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박 전 감독이 보호자 같은 존재였다면 김 감독은 더 친근하고 유쾌한 방식으로 선수들의 심리적 문턱을 낮췄다. 김 감독은 ‘형님 리더십’을 바탕으로 박 전 감독이 이룬 업적을 뛰어 넘었다. 최초로 아세안 현대컵 2연패를 이뤘고, A매치 26경기 연속 무패 행진(22승 4무)을 달리며 동남아시아 축구 역사에서 신기록을 세웠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박 전 감독님께서 이전에 다져주신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앞으로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동남아 축구를 평정한 김 감독의 최종 목표는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고 세계 최고의 무대인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것이다. 베트남은 역대 월드컵 본선에 단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2022 카타르 대회 아시아 최종예선에 진출한 게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그는 “현대컵 시상식에 참석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베트남을 월드컵 본선에서 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며 “베트남 선수들을 이끌고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팀과 겨뤄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힘 줘 말했다.
<서울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