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 피해 심했던 비두르 지역 시장
“재난 경보 이후 시간 짧아 피해 극심”
“이렇게 큰 홍수 덮칠 줄 상상도 못해”
29일 오후(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비두르 지역에 위치한 트리슐리 군사시설. 이곳에서 만난 라잔 슈레스타 비두르 시장은 대홍수 당시 본인이 겪은 무기력함을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비두르 지역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약 56㎞ 떨어져 있는 곳으로 이번 대홍수로 피해가 극심했던 곳 중 하나다. 실제로 기자가 목격한 비두르의 마을들은 여전히 진흙에 뒤덮여 있었다.
라잔 시장은 홍수가 들이닥친 당일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그는 “단 30분 만”에 “이전의 마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된 날”로 참상을 설명했다.
그가 홍수 경보를 들은 때는 26일 오전 9시쯤. 갑작스레 울린 전화로 받고 즉시 비두르 및 인근 지역에 대피령을 내렸다. 이후 학교와 공공시설들로 전파가 됐지만 거세게 쏟아지는 물길을 피하기엔 너무나도 짧았다. 라잔 시장은 “평생 이런 물살은 본 적이 없다”며 “너무나도 빨라서 주민들을 제때 대피시키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확한 통계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비두르에서만 실종자와 사망자를 모두 합쳐 400명 이상이 되는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사실 처음 경보를 들었을 때 라잔 시장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트리슐리강과 붙어 있는 비두르 지역은 지난달에도 물이 범람했었다”며 “이번처럼 큰 홍수가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재앙이었다. 라잔 시장은 지금 집무실과 군사시설을 배를 타고 오간다. 그는 “홍수가 발생한 날을 잊지 못해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말했다.

29일(현지시간) 네팔 트리슐리 군사시설 내부에서 라잔 슈레스타 비두르 시장이 실종자를 찾으러 온 마을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남병진 기자
라잔 시장은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실종 시간이 길어지면서 시신이 나오지도 않았지만 장례를 치르겠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며 “생존이 희박해 보여도 희망의 끈을 먼저 놓으면 안 된다”고 했다.
라잔 시장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도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네팔과 한국은 굉장히 우호적인 국가”라며 “이번에 실종된 한국인 분들도 빨리 찾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을 위해 우리 네팔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일이 있겠지만 여력이 안 된다면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네팔 정부가 외국으로부터 제한적으로 구호 지원을 받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선 명확하게 답을 내놓지 않았다.
누와코트(네팔)= 남병진 기자 (south@hankookilbo.com)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