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쇼핑몰도 많지만 호손 플라자만큼 상징적인 곳은 없다.
문을 연 시간보다 닫혀 있던 시간이 더 긴 몰, LA 사우스베이 한복판에 20년 넘게 흉물로 남아있던 ‘유령 몰’이 마침내 사라진다.
1977년 호손 불러바드에 문을 연 호손 플라자는 몰 전성시대의 산물이었다. 4,200대 주차공간, 하루 2만5천명 방문객을 예상하며 “사우스베이에 럭셔리를 가져온다”고 광고했던 야심작이었다. JCPenney, 브로드웨이, 몽고메리 워드 3대 백화점에 영화관까지 갖춘 호손 다운타운의 심장이었다.
하지만 경쟁에 밀려 일찍 쇠락했다. 인근 사우스베이 갤러리아, 델아모 패션센터에 밀렸고, 1990년대 초 노스롭 그루먼 대규모 정리해고까지 겹치며 1994년 한 해에만 130개 점포가 87개로 줄었다. 결국 1999년, 개장 22년 만에 문을 닫았고 그 이후 26년간 그대로 방치됐다.
텅 빈 채로도 유명세는 이어졌다. 비욘세와 테일러 스위프트 뮤직비디오,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분노의 질주: 도쿄 드리프트’의 주차장 질주 장면이 모두 이곳에서 촬영됐다. 유튜브 탐험가들의 단골 침입 장소가 됐고, 건물에는 오래 전 파산한 백화점들의 간판이 그대로 남았다.
주민들의 고통도 컸다. 뒤편에 사는 프란시스코 디아즈(72) 씨는 “마치 쓰레기 매립장이 됐다. 사람들이 와서 오래된 가구를 버리고 갔다”고 말했다. 노숙인 거주, 낙서, 스케이트보드족 놀이터로 전락하며 주변 상권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수년간의 소송 끝에 전환점이 마련됐다. 호손 시는 2021년 소유주인 웨스트 할리우드 개발사 찰스 컴퍼니(Charles Co.)를 보건·안전 위반으로 고소했고, 2025년 LA 건축안전국은 플라자를 공식 ‘공공 위해시설(nuisance)’로 지정했다. 법원은 소유주에게 늦어도 8월 14일까지 재개발이나 철거에 착수하라는 영구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지난 금요일 아침, 철거는 현실이 됐다. 녹슨 철제 잔해를 가득 실은 대형 덤프트럭 3대가 보안 게이트를 빠져나오며 5단계로 진행될 철거 공사의 시작을 알렸다.
“알 핀, 알 핀!(드디어!)” 트럭을 본 53세 에르빈 고메즈 씨가 외쳤다. 90년대 청소년 시절 이곳에서 친구들과 데이트를 했다는 그는 “정말 멋진 몰이었다. 마침내 소유주가 손을 놨다”고 말했다.
61세 오드리 로페즈 씨는 길 건너편에서 뼈대만 남은 건물을 보며 “그리워요. 쇼핑도 하고 세일도 보고 브로드웨이에 들어가는, 하루 종일 놀던 만남의 장소였는데”라고 회상했다.
호손과 엘세군도 불러바드가 만나는 황금 입지. 스페이스X 본사 이전과 잉글우드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단지 호황으로 부활 중인 호손 시에서 이 부지의 재탄생은 다운타운 경제 회복의 핵심으로 꼽힌다. 전국적으로 웨스트민스터 몰처럼 쇼핑몰을 주택으로 바꾸는 추세 속에, 이곳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 미정이다.
“건물이 아직 있으니 추억이지만, 이제 다음은 뭐가 될까요?” 로페즈 씨의 질문이 26년 묵은 유령 몰 자리에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