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히말라야산맥에서 발생한 네팔 대홍수를 계기로 남미 안데스산맥에서도 비슷한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불안정한 호수가 늘고 주변 암석 지반까지 약해져 아르헨티나와 칠레, 페루가 대규모 ‘빙하호 범람 홍수’ 위험에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1일(현지시간) UPI통신과 남미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과학자와 지질학자들은 최근 안데스산맥의 기온 상승으로 빙하가 빠르게 후퇴하면서 ‘빙하호 범람 홍수(GLOF)’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호수에 암석 사면이나 빙벽이 무너지면 거대한 파도가 발생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둑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 경우 막대한 양의 물과 토사가 산악 계곡을 따라 하류로 쏟아져 인명은 물론 식수와 에너지 시설까지 위협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이미 비슷한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2005년 11월 산후안주의 에리소스 호수가 터지면서 불과 67분 만에 3100만㎥가 넘는 물이 쏟아졌다. 홍수는 250㎞ 이상을 휩쓸며 도로와 농작물을 파괴했지만 인구가 적은 지역이어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후안 파블로 밀라나 아르헨티나 국립과학기술연구위원회 연구원은 현지 매체 인포바에에 “네팔에서 일어난 일은 아르헨티나에서도 이미 발생했다”고 말했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서는 파타고니아가 주요 위험 지역으로 꼽힌다. 관광도시 엘찰텐에서는 솔로산의 불안정한 사면이 무너질 경우 인근 토레 호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칠레 역시 빙하호 범람 위험이 큰 국가다. 2만6000개가 넘는 빙하가 분포한 가운데 특히 아이센과 마가야네스 등 파타고니아에서는 북부·남부 빙원이 빠르게 후퇴하면서 취약한 자연 댐에 막힌 불안정한 호수가 늘고 있다.
중부 지역은 빙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수력발전소와 광산, 수백만명의 식수를 공급하는 시설이 밀집해 있어 피해 위험이 크다. 다리오 오르메뇨 칠레 안드레스 베요대 지질학 교수는 현지 매체에 네팔과 같은 규모의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산사태는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세 나라 가운데 가장 큰 위험에 직면한 곳으로는 페루가 꼽힌다. 페루 국립빙하·산악생태계연구소(INAIGEM)에 따르면 범람 위험이 있는 호수는 528개에 달하며 이 가운데 58개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대표적인 곳이 블랑카산맥의 팔카코차 호수다. 1700만㎥가 넘는 물을 담고 있는 호수 아래에는 인구 12만명이 넘는 우아라스시가 자리 잡고 있다.
온난화로 불안정해진 대형 빙하 조각이 호수로 떨어지면 거대한 파도가 자연 둑을 무너뜨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홍수가 1시간도 되지 않아 우아라스 도심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1941년 같은 호수가 범람하면서 도시의 약 3분의 1이 파괴되고 수천명이 숨졌다.
남미 각국은 위성 영상과 레이더, 수문 센서 등을 활용해 빙하와 호수 수위, 산악 사면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부 기존 방재 시설만으로는 커지는 위험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기온 상승이 계속될 경우 빙하호 범람이 주민들의 생명뿐 아니라 주요 도시의 식수·에너지 인프라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서울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