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4000달러인데 “그래도 집 안 사요”…연봉 2억 넘지만 내 집 마련 미루는 미국 청년들, 왜?

주택. 기사내용과 무관 [로이터]

미국에서 집값이 소득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젊은 고소득층 사이에서도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월세로 살며 주식에 투자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5일 일부 젊은 고소득층이 집을 산 뒤 주택담보대출을 갚는 대신 임대주택에 살면서 주택 매입에 들어갈 목돈과 주거비 차액을 금융자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버드대 주택연구 공동센터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단독주택 중위가격은 중위 가구소득의 5배로 2019년 4.1배, 1990년대 3.2배보다 높아졌다. 2019~2024년 집값이 48% 오르는 동안 가구소득은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높은 집값에 금리 부담까지 겹치면서 주요 도시에서는 집을 사는 것보다 빌리는 편이 당장 드는 비용도 적었다. 리얼터닷컴이 지난 7월 미국 50대 대도시권을 분석한 결과 월세 중위가격은 1695달러(약 230만원)였지만, 집값의 10%를 자기자금으로 내고 30년 고정금리 대출로 주택을 살 경우 세금·보험·관리비 등을 포함한 월 비용은 2553달러(약 347만원)였다. 월 858달러(약 117만원) 차이다.

이런 가운데 연소득 17만5000달러(약 2억3790만원) 이상인 고소득 세입자 가구는 지난 10년간 120만 가구 늘었다. 이들 가운데 가구주가 25~34세인 경우가 약 33%, 35~44세는 26%로 과거 생애 첫 주택을 주로 구입하던 연령대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마켓워치는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사는 재무설계사 나탈리·댄 슬래글 부부의 사례도 소개했다. 두 사람은 주택 매입을 시도하다 경쟁에서 밀리자 집을 반드시 사야 하는지 다시 따져본 뒤 매수를 중단했다.

현재 부부는 매달 4000달러(약 544만원)의 월세를 내면서 예상했던 주택담보대출 상환액과 월세의 차이인 약 2000달러(약 272만원)를 퇴직연금과 주식계좌 등에 투자하고 있다. 나탈리는 “평생 임대로 사는 것을 전제로 재무계획을 짰다”고 말했다.

주택 대신 주식으로 자산을 불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애스워스 다모다란 교수에 따르면 배당금을 재투자한 S&P500의 총수익률은 최근 10년과 50년, 1928년 이후 장기 구간에서 모두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웃돌았다. 다만 주택이 제공하는 거주 가치와 대출 활용, 세금·유지비 등은 반영되지 않은 단순 비교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집값이 연 4%, 주식 투자수익률이 연 8%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35세부터 65세까지 집을 산 사람과 월세 차액을 투자한 사람의 최종 자산 규모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세입자가 주택 소유자와 비슷한 수준의 자산을 만들려면 수십 년간 차액을 꾸준히 투자해야 하고 주가 하락기에도 투자금을 빼지 않아야 한다.

마켓워치는 결국 월세와 주식 투자를 결합한 방식이 모든 세입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해법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안정적인 소득이 있고 주택을 사지 않아 절약한 비용을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고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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