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식탁에서 치워라”…몸에 좋다고 그냥 먹었다간 위장에 무리 온다

green leaf vegetable in close up photography
Photo by Shelley Pauls on Unsplash
하루 식이섬유 50g 이상을 목표로 삼는 ‘파이버 맥싱(Fiber Maxxing)’이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국내 성인 기준의 1.7~2배에 이르는 양이다. 의료계에서는 섭취량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면 장이 먼저 부담을 떠안는다는 경고가 나온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소속 가정의 아미르 칸 박사는 지난 2일(현지 시간) 자신의 팟캐스트 ‘노 어포인트먼트 네세서리’에서 이 식단을 주제로 다뤘다.

칸 박사는 섬유질을 챙기려는 흐름 자체에는 찬성한다고 밝히면서도, 평소 섭취량이 적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목표치를 채우면 가스와 복부 팽만, 배변 이상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섬유질을 처리할 장내 세균이 아직 확보되지 않은 탓이다.

파이버 맥싱은 매 끼니와 간식, 음료까지 섬유질로 채우는 식습관을 뜻한다. 치아시드와 귀리, 콩, 렌틸콩, 통곡물이 주로 쓰인다.

목표치를 맞추려 차전자피나 이눌린 분말을 음료에 타는 방식도 함께 퍼졌다. 칸 박사는 젊은 인플루언서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끼니에 섬유질을 밀어 넣고 있다고 전했다.

기준선과 비교하면 격차가 드러난다. NHS 권고량은 하루 25~30g이다. 국내 기준은 더 낮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202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은 성인 식이섬유에 1000㎉당 12.5g 산출식을 적용했고, 50세 이상은 만성질환 예방 차원에서 남성 30g·여성 25g 이상을 유지하도록 했다.

식이섬유의 효용은 확인돼 있다.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고 배변을 규칙적으로 만든다. 포만감을 높여 혈당 관리에도 쓸모가 있다. 섭취량이 많을수록 심장질환과 제2형 당뇨병, 대장암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도 쌓여 있다.

관건은 총량이 아니라 늘리는 속도다. 칸 박사는 0에서 100으로 한 번에 올리지 말고 단계를 밟으라고 조언했다. 물을 함께 늘리지 않으면 변비가 되레 심해진다. 섬유질은 수분을 끌어와야 장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장기간 과다 섭취는 별개의 문제다. 섬유질은 콜레스테롤과 지방을 붙잡아 내보내는데, 이때 무기질도 함께 빠져나갈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과다 섭취가 칼슘·비타민·무기질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며 성장기 어린이와 저체중 성인, 노약자에게 주의를 권고한다.

다만 이를 직접 입증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학계 시각이다.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는 위장 통증을, 크론병 환자는 드물게 장폐색을 겪을 수 있다.

치아시드는 먹는 방법이 안전을 가른다. 물을 만나면 자기 무게의 27배까지 빨아들여 부풀기 때문이다. 미국소화기학회(ACG)는 마른 상태로 삼키지 말라고 권고한다.

2014년 ACG 학술대회에는 39세 남성이 마른 치아시드 한 큰술을 물과 함께 넘긴 뒤 식도가 막힌 사례가 보고됐다. 의료진은 내시경으로 몇 시간에 걸쳐 씨앗을 걷어냈다. 액체나 젖은 음식에 10~15분 이상 담가 젤 형태로 만든 뒤 먹어야 한다.

칸 박사는 물을 충분히 마시면서 양을 천천히 늘려야 장내 세균이 적응하고 섬유질의 효과도 온전히 나타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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