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행 가서 에어비앤비 못 쓰나… “살 집이 없다”는 유럽, 단기임대 규제 ‘초강수’

[클립아트코리아]

파리·바르셀로나 등 관광도시 주거난 심화

집값·임대료 오르자 단기숙박 규제 본격화

유럽연합(EU)이 에어비앤비와 같은 단기 숙박 임대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선다. 관광객이 몰리는 주요 도시에서 주택이 단기 숙박용으로 빠지면서 현지 주민들이 살 집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주택 부족이 심각한 지역에서 에어비앤비 등 단기임대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저렴한 주택법(Affordable Housing Act)’을 준비하고 있다. 법안 초안은 오는 9일 테레사 리베라 EU 집행위원회 수석 부위원장이 공개할 예정이다.

EU가 단기임대 규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유럽 전역으로 번진 주거난이 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며칠씩 집을 빌려주는 단기임대가 늘면서 장기 임대로 나올 주택이 줄고, 결과적으로 현지 주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파리와 바르셀로나, 베네치아 등 관광객이 몰리는 도시에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단기임대 주택이 EU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에 불과하지만 소렌토와 두브로브니크, 푸에르테벤투라 등 일부 관광지는 전체 주택의 20% 안팎까지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가 마련 중인 법안은 지역별로 주택난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판단할 수 있는 공통 기준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집값 대비 소득 수준과 인구 증가율, 주택 수요·공급 변화 등을 종합해 이른바 ‘주택 스트레스 지역’을 지정하는 방식이다.

주택난이 심각하다고 판단된 지역에서는 지방정부가 단기임대 물량에 상한을 두거나 신규 단기임대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EU 전체에서 일률적으로 에어비앤비를 금지하는 방식은 아니다. 지역 상황에 따라 필요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유럽 주요 관광도시에서는 자체적인 단기임대 규제가 잇따르고 있다. 암스테르담과 베를린, 피렌체, 파리 등은 단기임대 등록이나 영업일수 등을 제한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현재 운영 중인 관광용 주택 1만여개의 허가를 갱신하지 않는 방식으로 2028년까지 관광객 대상 단기임대 주택을 없애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각 도시의 규제는 집주인이나 숙박 플랫폼과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EU 내에서 서비스와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EU는 이번 법안을 통해 지방정부가 어느 경우에 단기임대를 제한할 수 있는지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 이런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유럽의 주거비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EU 집값은 약 64.9% 상승했고 임대료도 21.8% 올랐다. 특히 헝가리 집값은 같은 기간 290%, 포르투갈은 180%, 리투아니아는 168% 뛰었다.

이에 EU 집행위는 단기임대 규제뿐 아니라 신규 주택 공급 확대와 빈집 활용, 사회주택 확충, 건축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단기임대만으로 유럽의 주택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숙박 플랫폼 업계에서는 반발도 나온다. 유럽 정보통신산업협회(CCIA) 등은 지나친 규제가 자신의 집 일부를 관광객에게 빌려 소득을 얻는 개인 집주인에게 타격을 줄 수 있고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안은 오는 9일 공개된 뒤 EU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논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실제 시행까지는 상당한 절차가 남아 있다. 다만 법안이 현실화할 경우 에어비앤비 등 단기 숙박 플랫폼을 둘러싼 유럽 각 도시의 규제가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경제>

작성자

0
0

TOP 10 NEWS TODAY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

LATEST TODAY NEWS

오늘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