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케냐 청년들의 밥줄을 끊고 있다. 그간 케냐 청년들은 해외 대학생들의 과제를 대신 해주며 생계를 이어왔는데 AI 챗봇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대필을 맡기지 않고도 에세이를 쉽게 작성할 수 있게 된 탓이다.
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는 한때 최대 4만명이 해외 대학생 에세이 대필업에 종사한 것으로 추산됐다. 영어가 공용어인 케냐의 고학력 인력들이 서구권 학생들의 과제물을 대신 써주며 상당한 수익을 올리던 구조였다. 그러나 2022년 챗GPT 출시 이후 이 업계는 사실상 소멸 수순을 밟고 있다.
테레시오스 분디(34)는 이 변화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2011년 나이로비로 상경해 대필 부업을 시작한 그는 2015년 공중보건학 학위를 취득한 뒤 전업 대필 작가로 나섰다. 건당 40~70달러를 받으며 12년간 2500편이 넘는 에세이를 썼고 공중보건 분야 일반 직장인보다 최소 5배 많은 소득을 올렸다.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돕는다는 죄책감도 있었지만 그는 스스로를 ‘과외 선생님’으로 여기며 이 일을 이어갔다. 하지만 챗GPT가 등장하면서 일감은 급격히 줄었고 대필 단가도 바닥을 쳤다. 그는 NYT에 “AI가 이런 일을 해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업계 규모를 키웠던 이들도 마찬가지 처지다. 한때 대필 작가 100명을 고용할 만큼 사업을 확장했던 리처드 에실라체(38)는 현재 사진 편집 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AI를 활용한 작업에 도전하고 있지만 대필 사업 시절만큼의 수입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그는 전했다.
앨릭스 무뉴아(30)는 대필업이 쇠퇴한 뒤 데이터 라벨링과 소셜미디어 콘텐츠 검토 업무로 옮겼지만 그 일자리마저 사라지고 있다. 그는 “일부는 고향으로 돌아갔고, 나머지는 다른 분야에 도전했지만 정규직을 구하지 못해 좌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냐의 구조적 취약성이 충격을 키우고 있다. 케냐에서는 매년 10만명 이상의 대학 졸업생이 배출되지만 전체 일자리의 약 80%는 배달·건설·노점상 등 비정규직이고, 청년 실업률은 25%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케냐 정부는 에세이 대필을 포함한 온라인 플랫폼 노동을 사실상 묵인해왔다.
그러나 AI 발전 속도가 이 마지막 안전망마저 걷어내고 있다. 스케일AI와 AI안전센터가 공동 진행한 테스트에서 AI 모델의 온라인 프리랜서 업무 수행률은 지난해 10월 2.5%에서 올해 7월 16%까지 뛰었다.
분디는 “AI는 이미 은행가·회계사·엔지니어·건축가에게까지 다가오고 있다”며 “일자리 위기는 결국 모두에게 닥칠 일”이라고 경고했다.
<서울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