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머티즘 관절염과 아토피피부염 등의 치료에 사용돼 온 면역조절제가 중증 원형탈모 환자의 모발 회복에도 효과를 보였다는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의학협회 피부과학회지(JAMA Dermat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경구용 면역조절제인 우파다시티닙을 중증 원형탈모 환자에게 투여한 결과, 치료 24주 만에 상당수 환자의 두피 80% 이상이 모발로 덮인 상태까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중증 원형탈모를 앓는 성인과 청소년 1399명이 참여한 두 건의 3상 임상시험(UP-AA1·UP-AA2)을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우파다시티닙 15㎎ 또는 30㎎을 하루 한 차례 복용하거나 위약을 투여받았다.
24주 후 30㎎ 복용군 가운데 두피 모발이 80% 이상 남아 있는 상태(SALT 점수 20 이하)에 도달한 비율은 두 연구에서 각각 55.0%와 54.3%였다. 15㎎ 복용군 역시 각각 45.2%와 44.6%가 같은 기준을 충족했다. 반면 위약군은 각각 1.5%, 3.4%에 그쳤다.
두피 모발이 완전히 회복된 환자도 적지 않았다. 치료 24주째 모발이 두피 전체를 덮은 상태(SALT 점수 0)에 도달한 비율은 30㎎ 복용군에서 각각 20.3%, 22.5%였다. 15㎎ 복용군에서는 각각 14.1%, 13.1%로 나타났다.
치료 효과는 복용 기간이 길어지면서 더욱 높아졌다. 52주째 30㎎ 복용군에서 두피 모발이 완전히 회복된 비율은 두 연구에서 각각 35.8%, 37.0%까지 상승했다. 15㎎ 복용군에서도 각각 28.5%, 26.6%가 완전한 두피 모발 회복을 보였다.
우파다시티닙은 야누스키나아제(JAK)의 작용을 억제해 과도한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약물이다. 현재 류머티즘 관절염과 아토피피부염을 비롯한 여러 면역매개질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원형탈모 역시 면역체계가 정상적인 모낭을 공격하면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이에 따라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JAK 경로를 차단하는 치료법이 원형탈모 치료의 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시험에는 질환이 상당 기간 지속된 환자들이 다수 포함됐다. 참가자들의 원형탈모 발병 후 평균 기간은 두 연구에서 각각 11.5년과 11.6년이었다. 약 절반은 연구 시작 당시 두피 모발의 95% 이상이 빠진 매우 심한 상태였다.
다만 이번 결과를 흔히 볼 수 있는 남성형·여성형 탈모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연구 대상은 자가면역질환인 원형탈모 환자로, 유전적 요인과 남성호르몬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안드로겐성 탈모와는 발생 기전이 다르다.
안전성에서는 우파다시티닙의 기존 승인 질환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위험 신호가 확인되지는 않았다. 임상시험에서 비교적 흔하게 보고된 이상반응에는 상기도 감염과 여드름, 크레아틴인산화효소(CPK) 상승, 비인두염 등이 있었다. 다만 면역계에 작용하는 전문의약품인 만큼 감염을 비롯한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 의료진의 판단 아래 사용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 29일 중증 원형탈모가 있는 12세 이상 청소년과 성인의 치료에 우파다시티닙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서울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