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 – 캐런 배스 LAHSA 사퇴를 보며

(Photo: LAist)

LA의 노숙자 정책이 파산 직전이다. 바로 그 파산의 심판대 위에 있어야 할 사람이 심판대를 먼저 떠났다.

캐런 배스 LA시장이 9월 9일, LA 지역 노숙자 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기구 LAHSA(L.A. Homeless Services Authority) 위원회에서 전격 하차한다. 시장실은 9일(현지시간) LAist에 “배스 시장은 내일 이사회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임명자를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스로를 위원에 임명한 지 2년 만의 퇴장이다.

표면적 이유는 ‘시간 부족’이다. 배스 시장은 지난주 KFI 라디오 ‘Gary and Shannon’ 라이브 인터뷰에서 “시간 문제 때문에”라며 “내가 직접 위원회에 들어가 더 많이 배우고 무엇을 해야 할지 보려고 했고, 이제는 시 자체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점은 석연치 않다.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1. 13번 불출석, 임기는 이미 만료됐다

LAist가 3년간의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배스 시장은 최근 1년간 열린 21번의 LAHSA 커미션 회의 중 13번을 불출석했다. 2023년 말 스스로를 임명한 이후로는 47번 중 25번을 빠졌다.

LAHSA 규정상 1년에 4번 이상 결석하면 해임 사유가 된다. 배스 시장은 그 기준의 3배를 넘겼다. 더 황당한 것은 그의 3년 임기는 이미 지난 6월 30일에 만료됐다는 점이다. 만료된 임기를 두 달 넘게 버티다, 이제 와서 ‘시간 부족’을 이유로 사퇴하는 것이다.

심지어 감사위원회(Audit Committee)에 배정됐을 때는 5번 연속 불출석 후 조용히 교체됐다. 하필이면 LAHSA의 수억 달러 예산 유용 의혹을 들여다보는 감사위원회였다.

2. 연방 감사와 의회 증언 거부, 그리고 도망

배스 시장이 위원회를 떠나는 시점에 LAHSA는 세 방향에서 포위돼 있다.

첫째, 연방 감사다. LAHSA는 2023∼2024 회계연도에 계획된 감사 8건 중 6건을 통과하지 못했고, 수억 달러의 지출 추적 오류가 적발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 연방 보조금 지급을 중단시켰고, LAHSA는 소송으로 맞서 재판은 2027년 4월에나 열린다.

둘째, 카운티의 이탈이다. LA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는 지난 2025년 4월, 연간 3억 달러가 넘는 예산을 LAHSA에서 빼내 독자적인 노숙자 부서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셋째, 연방 의회의 소환이다. 하원 정부효율성 소위원회 위원장 팀 버쳇 의원은 9월 15일 청문회에 배스 시장의 증언을 요구했다. 그러나 배스 시장의 법률 대리인은 9월 4일자 서한에서 “그 날짜에는 참석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어 “LAHSA는 시와 별개로 운영된다”며 선을 긋기 시작했다.

수천억 원의 세금이 어디로 갔는지 묻는 자리에 책임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회의에는 나오지 않고, 증언대에도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는 위원회 자체에서 나온다.

3. 이것이 리더십인가

가장 기만적인 장면은 지난주 시장 토론회였다. 배스 시장은 경쟁자 니티아 라만 시의원의 시의회 불출석을 공격하며 “다른 위원들도 외부 일정이 있지만 일하러 나온다”고 쏘아붙였다.

자기 자신이 LAHSA 회의의 절반 이상을 빠지면서, 남의 불출석을 비판한 것이다.

정치인의 자격은 회의장에 앉아 있는 시간이 아니다. 그러나 회의장에조차 앉지 않은 정치인이, 실패한 시스템의 책임을 시스템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자격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의 문제다.

배스 시장은 LAHSA를 떠나는 이유로 “시 자체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이라고 말했다. 배스 시장이 위원회에 있는 동안 LA시 예산이 LAHSA 전체 예산의 73%를 차지하게 됐다. 자기가 망가뜨린 배의 선장을 자처하다가, 배가 가라앉자 “이제 내 배를 만들겠다”며 뛰어내리는 격이다.

LA 한인 사회는 안다. 노숙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우리 가게 앞, 우리 아이 학교 앞의 현실이다. Inside Safe로 11% 감소했다는 보도자료 뒤에는 다시 8% 증가한 올해의 노숙자 카운트가 있다.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은 위기가 오면 자리를 옮긴다. 위원회에서 시장실로, 시장실에서 법정 대리인의 서한 뒤로.

남는 것은 감사받지 않은 예산, 답변받지 못한 소환장, 그리고 길 위에 남겨진 사람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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