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 번호판 인식기’ 확대
▶ LA 한인타운 등 곳곳 설치
▶ “범죄예방 vs 사생활 침해”
▶ 자료 공유·보관 기준 논란
LA 한인타운을 비롯해 캘리포니아 도로 곳곳에 설치된 자동 번호판 인식기(ALPR)가 운전자들의 이동 정보를 지속적으로 기록하면서 개인정보 보호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범죄 예방을 위해 설치가 확대되고 있는 자동 번호판 인식기(ALPR)가 차량 번호판뿐 아니라 차량이 발견된 시간과 위치까지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ALPR은 도로변이나 교차로, 가로등 등에 설치된 카메라가 지나가는 차량의 번호판을 자동으로 촬영·판독하는 시스템이다. 일부 시스템은 번호판과 함께 차량의 제조사, 모델, 색상 등 특징을 기록하고, 촬영 시간과 위치를 데이터로 저장한다.
따라서 한인타운에서 출발해 한인 마켓이나 식당, 교회, 직장 등을 오가는 차량이 여러 ALPR 카메라를 지나갈 경우 언제 어느 장소를 통과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축적될 수 있다.
경찰은 이러한 정보가 도난 차량이나 범죄에 이용된 차량을 찾는 데 중요한 수사 단서가 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차량 절도나 ‘스매시 앤 그랩’ 등 차량을 이용한 범죄가 잇따르는 지역에서는 범죄 차량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용의자를 추적하는 데 ALPR의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다.
LA에서도 ALPR 설치 확대가 추진돼 왔다. 존 이 LA 시의원은 지난 2024년 1월 관할 12지구에 ALPR을 설치하기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LA 경찰국(LAPD)과 LA시 거리조명국, LA시 교통국 등이 카메라 설치 위치와 방법을 연구하도록 했다.
한인 운전자들이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ALPR이 범죄 용의자만을 촬영하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이다. 범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반 차량도 카메라 앞을 지나가면 번호판 정보가 수집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인 운전자가 매일 같은 시간에 집에서 직장으로 이동하고, 주말에는 한인타운의 특정 장소를 방문한다면 이러한 차량의 이동정보가 여러 차례 기록될 수 있다. 개별적인 번호판 기록 하나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더라도 여러 데이터를 연결하면 특정 차량의 이동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정보 보호단체들의 우려다.
특히 이민 문제에 민감한 한인사회에서는 ALPR 데이터가 어디까지 공유될 수 있는지도 관심사다. 시민단체들은 수집된 차량정보가 다른 법집행기관과 공유되거나 당초 수집 목적과 다른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또한 데이터 보관 기간과 접근 권한도 중요한 문제다. 일반 차량의 이동정보가 얼마나 오래 보관되는지, 경찰이 어떤 조건에서 데이터를 검색할 수 있는지, 다른 기관에 제공할 수 있는지 등에 따라 개인정보 침해 수준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ALPR 확대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한인 업소가 밀집한 지역의 치안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차량 절도와 업소 대상 절도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범죄 차량의 번호판을 신속하게 확인해 용의자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ALPR은 운전자들에게 ‘범죄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치안 장비’인 동시에 ‘나의 이동을 기록하는 감시 카메라’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한인사회에서도 어떤 정보가 수집되고, 얼마나 오래 보관되며, 누구와 공유할 수 있는지, 또 어떤 절차를 거쳐 조회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시민의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