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도 이젠 옛말 되나…전화 받자마자 침묵하는 Z세대, 무슨 일?

기사내용과 무관. 클립아트코리아

“여보세요 나야 거기 잘 지내니~”

노랫말 속 ‘여보세요’가 현실에서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화를 받고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통화 방식이 확산하면서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전화 연결 직후 먼저 인사하지 않는 새로운 통화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에 거주하는 소피아 페레즈(22)는 NYT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면 전화를 받은 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며 “상대방이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모습은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2024년 영국 성인 2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24세 응답자의 40%는 ‘여보세요’와 같은 인사 없이 전화를 받거나 끊는 행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같은 응답 비율은 낮아졌다. 25~34세에서는 27%였고, 55세 이상에서는 14%에 그쳤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전화 통화 방식 자체가 달라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유선전화는 수화기를 들기 전까지 누가 전화했는지 알기 어려웠지만, 스마트폰에서는 화면에 표시되는 발신자 정보를 통해 상대방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상대방을 확인하기 위해 인사를 건넬 필요성이 이전보다 줄었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등 전화금융사기에 대한 경계심도 젊은층의 침묵 통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특정인의 목소리를 복제하고 가족이나 지인인 것처럼 속이는 범죄가 알려지면서, 모르는 번호에서는 아예 먼저 목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페레즈 역시 자신의 목소리가 녹음된 뒤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접한 이후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에서는 먼저 말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화 자체를 피하려는 젊은층도 적지 않다. 영국 소비자 비교사이트 유스위치가 2024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18~34세 응답자의 25%가 전화가 와도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61%는 전화 통화보다 문자 메시지를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전화 통화에 부담을 느끼는 이른바 ‘콜포비아(Call Phobia)’가 젊은층 사이에서 확산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알바천국이 Z세대 7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8%가 전화 통화 과정에서 부담이나 불안을 느끼는 콜포비아 증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같은 응답은 2022년 30.0%에서 2023년 35.7%로 오른 데 이어 다시 증가했다.

구체적인 증상으로는 ‘전화를 받기 전 긴장과 불안을 느낀다’가 68.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화를 피하거나 받지 않는다’가 54.2%, ‘통화 중 말실수를 걱정한다’가 48.7%로 나타났다.

선호하는 의사소통 방식에서도 전화는 뒷순위로 밀렸다. 문자나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73.9%로 압도적으로 높았던 반면 전화 통화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11.4%에 불과했다.

전화 통화 자체를 어려워하는 젊은층이 늘면서 전화하는 방법을 별도로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영국 노팅엄 칼리지는 병원 예약이나 직장에 병가를 요청하는 상황 등을 가정해 학생들이 실제 전화 통화를 연습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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