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교통지옥의 진짜 이유 – “차선을 줄여서 차를 없애겠다”

vehicles on road
Photo by Florian Wehde on Unsplash

[로스앤젤레스=뉴스데스크]

세계 최악의 교통정체 도시 로스앤젤레스. 하지만 단순히 차가 많아서가 아니었습니다. 시 당국이 10년째 의도적으로 차로를 줄이고 자전거·버스·지하철로 내모는 ‘탈(脫)자동차’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1. 100년째 못 푼 숙제, ‘더 짓는데 더 막힌다’

UCLA가 발간한 100년 교통사 보고서에 따르면 LA는 1920년부터 정체와 싸워왔습니다. 시는 고속도로를 뚫으면 풀릴 것이라 믿었지만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이를 유발수요(Induced Demand) 라고 합니다.

도로를 넓히면 잠깐 빨라지지만, “교통이 덜 막힌다는 인식이 퍼지면 더 많은 사람이 몰려 다시 막힌다”는 현상입니다. USC 분석에서도 최근 4년간 LA 52개 고속도로 중 31곳에서 평균 속도가 더 느려졌습니다.

결론은 학계에서 이미 정해진 답이었습니다. “도로를 넓혀서는 정체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2. 시의 전략 전환: “차선을 줄이자”

2015년, LA시는 방향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Mobility Plan 2035를 시의회가 통과시켰습니다. 골자는 앞으로 20년간 기존 도로에 버스전용차로 117마일, 자전거도로 300마일을 신설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핵심 수단은 로드 다이어트(Road Diet) 입니다. 4차선을 2차선+자전거도로+주차공간으로 바꾸는 방식입니다.

시는 2015년 에릭 가세티 시장의 Vision Zero(교통사망 제로) 정책을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차로를 제거하고 재구성한다는 논리입니다.

대표적 사례가 2017년 플라야 델 레이(Playa del Rey) 였습니다. 조용한 해변 마을에 예고 없이 로드 다이어트를 시행하자 도로는 즉시 마비됐습니다.

주민들은 “대체도로가 없는데 마을 전체가 아수라장이 됐다”고 반발했고, 결국 소송과 시의원 리콜 운동 끝에 시의회가 원상복구했습니다.

당시 비평가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차선을 없애 정체를 만들어 사람들이 다른 교통수단을 선택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끔찍한 방식”

그럼에도 시는 다른 지역에 40개 이상의 로드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했습니다.

3. 1200억 달러 베팅: Measure M과 지하철 제국

차를 줄이는 대신, 시는 지하철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2016년 LA카운티 유권자는 Measure M을 71.5%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습니다. 판매세 0.5%를 영구 인상해 40년간 1200억 달러를 만드는 초대형 교통세입니다.

수익의 65% 이상이 대중교통과 신규 철도·버스급행 건설에 쓰입니다.

완성되면 카운티 철도망이 두 배로 커집니다. 현재 LA메트로는 퍼플라인 연장, K라인 등 미국 최대 규모의 철도 확장 공사를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합니다. 미국 인구조사에 따르면 LA 통근자의 67%는 운전하고, 자전거는 1%에 불과합니다. 세 번째로 큰 대중교통망을 가졌음에도 대중교통 이용률은 10%에 그칩니다. 

4. 2024년 강제법: Measure HLA

이 계획이 너무 느리게 진행되자 시민단체가 직접 나섰습니다. 2024년 3월 투표에서 Measure HLA(Healthy Streets LA) 가 65.5% 찬성으로 통과돼 4월 9일부로 법이 되었습니다.

내용은 강력합니다. 시가 도로 8분의 1마일(약 200m) 이상을 재포장할 때마다 Mobility Plan 2035에 명시된 자전거·버스·보행자 개선을 의무적으로 함께 설치해야 합니다.

안 지키면 시민 누구나 시를 고소할 수 있습니다.

LADOT 자체 집계에 따르면 HLA 시행 첫 9개월 동안 HLA 업그레이드를 촉발한 재포장 구간은 3마일 미만, 단 3개 거리뿐이었습니다. 시가 사실상 재포장을 중단하며 버틴 것입니다.

2025년 7월 시의회는 HLA 이행 조례를 최종 승인하며, 이제 차선 축소는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됐습니다.

5. 쟁점: 의도적 정체인가, 불가피한 전환인가

시는 말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도로를 넓혀 정체를 해결할 수 없다. 사람들이 안 타는 게 아니라 탈 수 없는 대중교통을 만들어줘야 한다.”

반대편은 말합니다. “1%가 타는 자전거를 위해 67%가 쓰는 차로를 뺏는 것은 비용-편익이 맞지 않는다”.

“60년대는 도심에 고속도로를 뚫는 게 잘못이었다면, 지금은 도로를 하나도 안 짓고 자전거도로만 좁히는 극단으로 간다”.

LA 교통체증의 진짜 이유는 차가 많아서가 아니라, 100년간 차 중심 도시로 설계된 LA를 앞으로 20년간 사람 중심으로 되돌리려는 거대한 실험이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그 실험의 비용은 지금 당장 운전자들이 내는 정체 시간으로 청구되고 있습니다.

작성자

0
0

TOP 10 NEWS TODAY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

LATEST TODAY NEWS

오늘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