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부터 없애고 대안은 나중에?…LA ‘탈자동차 정책’이 외면한 세 가지 현실

people at the train station
Photo by Henry Guan on Unsplash

공공안전·마지막 1마일·노인·장애인 이동권…“자동차를 불편하게 만들기 전에 탈 수 있는 대중교통부터 만들어야”

[로스앤젤레스=뉴스데스크]

로스앤젤레스가 자동차 중심 도시에서 벗어나겠다며 자전거도로와 버스전용차로, 보행공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이 자동차를 포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안전하고 촘촘한 대중교통 체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자동차와 자전거 중 무엇이 좋은가”가 아닙니다.

LA에서는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공공안전과 사생활, 마지막 목적지까지의 연결, 노인과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완하는 생활 인프라 역할까지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2024년 LA 유권자들이 통과시킨 Measure HLA에 따라 시 정부는 도로 포장이나 개선사업을 할 때 Mobility Plan 2035에 포함된 자전거·보행·대중교통 시설을 함께 설치해야 합니다. 즉 도로 공간의 재배분은 이제 단순한 계획을 넘어 실제 집행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자동차 줄이기는 구체적인데, 그 다음은 무엇인가

LA시의 Mobility Plan 2035는 자동차만을 중심으로 도로를 설계했던 과거 정책에서 벗어나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대중교통, 노인과 장애인을 모두 포함하는 ‘멀티모달 교통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 기본 철학입니다.

또 캘리포니아는 교통정책 평가기준도 도로의 자동차 지체시간보다 차량주행거리, 즉 VMT를 줄이는 방향으로 바꿨습니다. LA시는 이 제도를 주 정부 시한보다 1년 먼저 도입했습니다.

문제는 자동차 이용을 줄이려는 정책은 매우 구체적인 반면, 자동차 없이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은 아직 곳곳에 큰 구멍이 있다는 점입니다.

첫째, LA에서 자동차는 ‘움직이는 개인 안전공간’이다

LA의 교통정책을 논할 때 빠지기 쉬운 것이 공공안전입니다.

낮 시간 출퇴근만 놓고 보면 자동차와 지하철, 버스, 자전거는 여러 교통수단 가운데 하나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밤늦게 퇴근하는 직장인, 여성, 노인, 장애인, 어린 자녀를 데리고 움직이는 부모에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자동차는 집에서 출발해 목적지 주차장까지 이동하는 동안 외부와 분리된 개인 공간을 제공합니다. 반면 대중교통 이용자는 집에서 정류장이나 역까지 이동하고, 차량을 기다리고, 환승하고, 다시 목적지까지 걸어가야 합니다.

Metro 역시 안전 문제가 실제 대중교통 이용의 핵심 변수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규모 안전대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Metro에 따르면 2025년 시스템 내 폭력범죄는 전년보다 6.7% 감소했고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습니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하지만 Metro가 경찰·보안인력 확대, 출입통제, 노숙·약물·정신질환 문제 대응 등을 포함한 별도의 종합안전정책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교통 안전이 단순한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대중교통 경쟁력을 결정하는 현실적 요소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자동차 이용을 억제하려면 먼저 시민이 밤에도 “차를 두고 나가도 괜찮다”고 느낄 정도의 안전 수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둘째, ‘마지막 1마일’이 해결되지 않았다

LA 같은 광대한 도시에서 지하철역 하나를 건설했다고 목적지까지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Metro도 이를 ‘First/Last Mile’ 문제라고 부르며 별도의 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정책의 중심은 보도 개선, 횡단보도, 자전거도로, 자전거 주차시설, 안내표지판 등 역 주변의 보행·자전거 인프라 확충입니다.

문제는 모든 사람이 걸을 수도, 자전거를 탈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를 보완하는 Metro Micro가 있지만 2026년 현재 LA 카운티 전체가 아니라 8개 지역에서만 운행되고 있습니다. 차량도 83대 규모입니다. 더구나 서비스 방식은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 door-to-door나 curb-to-curb가 아니라 지정된 지점에서 승하차하는 stop-to-stop 방식입니다.

결국 역에서 최종 목적지가 멀거나 밤늦은 시간이라면 Uber, Waymo, 가족 차량 같은 또 다른 이동수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깁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다시 자동차형 서비스를 불러야 한다면, LA는 정말 자동차를 대체할 교통체계를 만든 것입니까?

셋째, 걷고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나

자전거도로와 보행환경 개선 자체는 필요한 정책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자동차 이용 억제의 핵심 대안으로 삼는 순간 새로운 문제가 발생합니다.

노인과 보행이 불편한 주민, 균형장애가 있는 사람, 휠체어 이용자, 어린아이를 여러 명 데리고 이동하는 부모, 무거운 장비를 운반하는 근로자에게 자전거와 전동스쿠터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 수 있습니다.

Metro는 일반 버스와 철도를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을 위해 연방법상 의무인 Access Services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자격을 갖춘 장애인에게 curb-to-curb 이동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장애인 등록과 자격심사를 전제로 한 별도 서비스입니다. 나이가 많아 걷기 어렵거나 일시적인 이동제약이 있는 시민 등 모든 교통약자의 일상적인 마지막 구간을 해결해 주는 보편적 서비스와는 다릅니다.

여기서 LA 교통정책의 모순이 드러납니다.

Mobility Plan은 노인과 장애인을 포함해 모든 도로 이용자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차로를 줄이고 그 공간을 자전거와 보행수단으로 재배분할 때, 그 수단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의 이동성까지 실제로 좋아지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대중교통은 확대되고 있다…그러나 ‘자동차 대체’는 다른 문제

LA Metro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2026년 현재 Metro 철도는 6개 노선, 115개 역으로 확대됐고, 1,440제곱마일의 서비스 지역에서 117개 버스노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6년 7월에는 약 2,585만 회의 승차가 이뤄져 전년 동월보다 8.79% 증가했습니다.

D라인 연장 등 철도망 확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교통 이용자가 늘었다는 것과 자동차를 실질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올해 고유가에도 LA의 주요 프리웨이 차량주행량이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이를 보여줍니다. Reuters가 인용한 Caltrans 분석에서는 405·10·5번 프리웨이 등 주요 도로의 차량주행량이 휘발유 가격 급등에도 큰 폭으로 줄지 않았습니다. 대중교통 이용 증가는 있었지만 자동차 이용 감소는 제한적이었습니다.

이것은 많은 LA 주민에게 자동차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도시 구조상 필요한 생활수단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차를 타지 마라’보다 ‘차가 없어도 되게 만들어라’

LA의 탈자동차 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방향보다 순서일 수 있습니다.

자동차 중심 도시를 영원히 유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중교통을 확충하고 자전거와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수십 년에 걸쳐 자동차를 전제로 주택, 직장, 상업시설과 프리웨이가 배치된 도시에서 먼저 자동차 도로의 용량을 줄인 뒤 시민들에게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라고 요구한다면 정책의 부담은 균등하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건강한 젊은 사람에게는 자전거도로가 새로운 선택권이 될 수 있지만, 걷기 힘든 노인에게는 자동차 차선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오히려 선택권의 감소가 될 수 있습니다.

역세권 주민에게 지하철은 훌륭한 선택이지만, 역에서 2마일 떨어진 주민에게는 승용차와 경쟁할 수 있는 대체수단이 아닐 수 있습니다.

밤 11시에 안전하게 집까지 갈 수 없다면 출근할 때 아무리 좋은 철도가 있어도 자동차를 두고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LA가 진정한 대중교통 도시를 만들고자 한다면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물어야 합니다.

시민의 자동차 이용을 먼저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두고 나가도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하며, 마지막 목적지까지 확실히 도달할 수 있는 교통망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LA의 문제는 자동차가 너무 많다는 것만이 아닙니다.

자동차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을 충분히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차부터 줄이려 하고 있다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습니다.

“차를 없애는 것이 대중교통 정책은 아니다. 시민이 스스로 차를 두고 나올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대중교통 정책이다.”

지금 LA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동차 억제책’이 아니라, 그 말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안전·연결·접근성을 갖춘 대체 교통체계라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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